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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잘못된 北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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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잘못된 北의 선택

입력
2002.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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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9일 발생한 서해교전 사태로 남북관계가 얼어붙고 있다.지난 한 달간 온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린 월드컵의 막바지에 일어난 남북간의 군사적 충돌은 모든 이들에게 한반도 안보의 엄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고 있다.

상식적으론 퇴각 유도를 위해 경고방송을 하던 우리 고속정에 대해 예고 없이 치명적인 조준사격을 가한 북한 경비정의 행위는 의도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의도야 어떻든 그 결과 북한이 얻을 것을 따져 보면 실로 무모한 도발이다. 우리 해군이 본 인명 피해는 컸지만 북한군도 그 이상일 가능성이 있으며, 눈에 보이는 결과 이외에 북한이 얻을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충돌로 현재 성어기인 이 해역 일대의 꽃게잡이가 위축되면서 남북 어민 모두 경제적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번 도발이 1999년 연평해전으로 실추된 북한 해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계획적 시도였다면 이는 헛된 자기만족에 불과하다.

경제 실패로 전력 현대화가 곤란한 북한군의 근본적 한계에 대한 해결 없이, 또 남북 해상전력 비교상 은밀한 침투와 기습 공격을 위한 잠수함과 상륙정을 제외하고 노후화한 소형 함정만 잔뜩 보유하고 있는 북한 해군의 전력 개선 없이 소리 높이 외쳐대는 그들 군의 사기는 허장성세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제 공격이 북방한계선(NLL) 문제의 국제적 공론화와 함께 조만간 열릴 것으로 예상되던 북·미대화에서의 의제 설정을 감안한 것이라면 이 역시 자기 주장에 불과하다.

실제 연평해전 이후 북·미가 중심이 되고 남쪽이 업저버로 참여하는 협상을 요구하던 북한은 그 뒤 서해 5도의 존재를 무시한 ‘서해해상경계선’과 ‘서해 5도 통항질서’를 잇따라 발표한 적이 있으나 전혀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군 전력상 인근 해상의 실효적 지배권이 우리에게 있고 이번 사태로 우리의 경계 태세 및 관계 수역 확보 의지가 더욱 확고해질 상황에서 북한의 기도는 성공할 수 없다.

북·미대화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공세로 나설 미국에 역공을 취하기 위해 이 문제를 부각하려 했다면 이는 정세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회담을 앞두고 자행된 이 같은 비인도적 군사도발 행위는 북한을 ‘악의 축’ 국가로 규정하고 있는 부시 미 행정부의 대북 인식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또 NLL이 1953년 8월 유엔군사령관에 의해 설정된 것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군사관리상 조치였으며, 정전협정에도 규정되지 않은 해상분계선 문제의 궁극적 해결은 19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에 나온 대로 남북한이 모색해 나가야 한다.

경제난과 탈북자 문제로 위축된 북한 체제의 결속과 심리적 반전을 꾀하고 월드컵으로 달아오른 남쪽의 열기를 잠재우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 역시 미봉적 단견이다.

북한의 경제적 곤란은 과감한 정책적 선택 없이 소극적 조치로 일관해 온 결과이며 체제 통제와 주민 동원만으로는 결코 극복될 수 없다.

또 월드컵 축제는 단순히 민족적 신명이나 이른바 ‘냄비근성’의 소산이 아니라 그간의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을 통해 축적된 국민적 저력이 발산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 국민의 거대한 힘이 결집되는 가운데 일어난 이번 사건은 자칫 젊은 층의 대북 감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

북한 경비정의 이번 도발이 어느 수준에서 준비된 것인지를 단정짓기는 곤란하다. 그러나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 중심의 일사불란한 체제에서 최종적 결정과 책임은 결국 최상층부가 질 수밖에 없다.

이미 북한의 책임전가식 보도가 나왔지만 지금이라도 명확한 사실 확인과 함께 이에 입각한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이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이런 조치와 함께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한 후속적 조치가 뒤따른다면, 이번 충돌은 오히려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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