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연평도 앞 서해상. 남북긴장의 ‘상징’으로 굳어진 곳이지만, 이날 아침 만큼은 맑게 갠 쪽빛 바다위에 어선들이 노니는 모습이 우아한 풍경화를 연상케할 정도였다. 해군 수병들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이날 밤 열리는 한국-터키 월드컵 3,4위전 기대감으로 다소 들뜬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느닷없는 긴장의 파고
남과 북 사이에 ‘설마’는 결코 금물이라고 했던가. 오전 10시가 다가오면서 평화롭기 그지없던 서해상에 긴장의 파고가 넘실대기 시작했다.
북방한계선(NLL) 북측에서 꽃게잡이를 하던 북한 어선 20여척을 경계하던 북한 경비정 한 척이 연평도 서쪽 7마일 부근에서 NLL을 침범한 것이다.
“북한 경비정이다.” 침범과 동시에 연평도 인근에 대기중이던 해군 고속정 등에는 비상 출동명령이 떨어졌다. 곧바로 출동한 우리 고속정 2대는 1마일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즉각 NLL위로 돌아가라”며 경고 방송을 했다. 그러나 북한 경비정은 “한 번 해보자”는 듯 NLL을 따라 계속 서쪽으로 따라 내려가 일촉즉발의 위기국면으로 치달았다.
▶ 또 다른 경비정 NLL침범
먼저 침범한 북한 경비정에 대한 경고방송이 계속되던 오전 10시1분. 연평도 서쪽 18마일 NLL 북측 해상에서 북한 어선 10여척을 경계하던 또 다른 북한 경비정 한 척이 NLL을 침범, 계속 남하하기 시작했다. 인근에 대기중이던 우리 고속정 2척은 즉각 대응 초계에 들어갔다.
북한 경비정과 우리 고속정 간 거리가 450여㎙로 가까워지면서 대치가 이어졌다. 북한의 경비정은 37㎜포, 14.5㎜고사포, 85㎜포를 장착하고 있는 SO-1급 PCF. 양측이 사정거리에 들어간 후 우리 수병들은 고도의 긴장감에 휩싸이면서 “즉각 퇴거하라”는 경고 방송과 함께 교전에 대비했다. 그러나 누구도 ‘연평해전’처럼 무차별 교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 느닷없는 선제 사격
대치도 잠시. ‘꽝’하는 폭음이 귓전을 때리면서 앞쪽에서 있던 우리 고속정의 조타실이 화염에 휩싸이고, 동시에 ‘뚜뚜뚜뚜…’ 총성이 울려 퍼졌다. “적의 공격이다”는 외마디 함성이 울려퍼지면서 순식간에 고속정 안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포격으로 현장에서 고속정 장(長) 등이 즉사하고 곳곳에서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바로 뒤에 있던 또 다른 고속정에서는 즉각 ‘발포’명령이 떨어졌다. 주변에 있던 고속정 4척도 즉각 증원에 나서고 초계함 2척도 긴급 출동, 교전에 가담했다.
“꽝” “뚜뚜뚜…” 총성과 포성이 불을 뿜으면서 서해가 일순간에 전쟁터로 변했다. . “포 발사”, “적을 박살내라”, “사격” 등의 함성이 고속정 안에 가득하고 “교전 발생”, “아군 수십명 사상” 등 합참과 해군작전사령부와의 교신도 이어졌다.
수백발의 총탄과 포 등이 북한 경비정에도 명중하면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공군에도 ‘비상명령’이 떨어져 서해에 있던 KF-16 전투기 2대가 서산 상공으로 출격, 비상 상황에 대비했다.
우리측의 대응 사격에 밀린 북한 경비정이 사격을 계속하면서 북측으로 돌아가 서해상의 격전은 25분만에 막을 내렸다. 그 때가 오전 10시50분. 그 시각, 서울시청과 광화문 등에는 길거리 응원단이 하나 둘씩 모여들고 있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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