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_브라질의 8강전을 앞두고 이 칼럼에서 나는 브라질을 우승후보로 점 찍었다. 브라질의 순도 높은 개인기는 반드시 어떤 팀의 조직력도 와해시킬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요즘 일부 외신은 한국, 터키의 돌풍이 감독이 만든 작품이기 때문에 월드컵의 미래를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폄하한다.물론 나 역시 스타가 없는 월드컵은 싫다. 그러나 감독이 만든 작품이건 스타가 만든 작품이건 긍극적으로 경기내용이 좋다면, 팬들이 축구를 통해 흥분할 수 있다면, 그것은 가치있는 경기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터키_브라질의 준결승전은 두 가지가 잘 융화된 명승부였다. 두팀의 경기 템포는 아주 빨랐다. 터키는 유럽팀이면서도 정확한 숏패스와 개인기가 뛰어나다. 두 팀의 스타일은 닮은 점이 많았고, 경기 내내 숨가쁜 공방전이 계속됐다.
승부를 가른 것은 역시 호나우두였다. 호나우두가 발 끝으로 가볍게 찬 슛은 상대수비수와 골키퍼의 예측을 불허한 반박자 빠른 것이었고, 결국 이것이 결승골이 됐다. 몸 상태가 그리 좋지않았던 호나우두는 이 장면에서 자신이 왜 스타인지 입증했다. 반면 터키의 해결사 만시즈는 후반에 완벽한 찬스를 맞았으나 슛타임이 반 박자가 느렸다. 만시즈와 호나우두의 차이는 바로 ‘반 박자’의 차이에 있다.
한국이 독일에 아깝게 패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개인기가 뛰어난 스타를 보유한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차이다. 전반 내내 보이지 않던 독일의 발라크는 단 한번의 찬스에서 결승골을 터뜨렸고, 우리 선수들은 마지막 수비벽을 뚫지 못했다. 우리 선수들이 개인기 개발에 더욱 힘써야 하는 이유이다.
브라질과 독일은 월드컵 사상 첫 격돌을 결승전으로 벌이게 됐다. 아직도 나는 브라질의 우승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 독일은 이번 대회에서 좋지 않았다. 파라과이와의 16강전서 최악의 경기를 펼쳤고, 이러한 현상은 결승전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아마 역대 최악의 결승전으로 불린 1994년 브라질_이탈리아전이 반복될 수도 있다. 두 팀은 우승에 집착해 소극적인 수비전술로 일관했고, 승부차기에서 우승컵의 향방이 갈렸다.
그러나 이번 결승만큼은 지지않는 경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이기기 위한 경기가 되길 바란다. 브라질과 독일의 상반된 스타일, 즉 개인기와 조직력이 어우러진다면 명승부가 연출될 것으로 생각한다. 두 팀은 꿈의 결승전을 연출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갖고 있다.
/KBS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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