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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NLL침범 서해교전 / 부상병이 전하는 교전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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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NLL침범 서해교전 / 부상병이 전하는 교전순간

입력
2002.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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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순식간에 당한 일이라, 억울할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 전우들은 최후까지 싸웠습니다.”29일 오전 북한 경비정과의 교전으로 부상해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는 19명의 장병들은 이날 밤 김동신(金東信) 국방장관과 함께 병실을 찾은 취재진들 앞에서 굵은 눈물 방울부터 쏟아냈다. 교전중 전사한 동료들의 얼굴이 떠올랐고 순식간의 기습에 당했다는 억울함 때문이었다.

연기에 질식했다 쓰러졌던 병기장 황찬규(29) 중사는 “사전 경고방송이 수차례 오가는가 싶더니 ‘608’이란 숫자가 박힌 검은색 북한 선체가 눈앞에 들어오는 순간 불꽃이 일며 우리 배의 전원이 모두 나가버렸다”고 교전 개시 당시의 다급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황 중사는 “곧장 우리측이 수동으로 포를 작동해 대응사격을 시작했고 총탄이 비 오듯 쏟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전투가 끝나고 한교(고속정 지휘소)에 올라가보니 정장 윤영하 대위가 온몸에 피칠을 한채 쓰러져있어 인공호흡을 했지만 끝내 숨이 멎었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또 “권지형 상병은 왼손이 잘린 채 오른손만으로 M60을 발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머리에 파편을 맞아 붕대를 감싼 갑판장 이해영(51) 상사는 “어선을 통제하다 상황이 벌어져 실탄을 장전하고 현장에 출동했지만 교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전투에서 이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부끄러울 따름”이라며 고개를 떨군 그는 “다시 일어난다면 산화한 전우들 대신 더 열심히 싸우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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