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패배에 대한 보복인가, 아니면 우발적인 도발인가.’북측의 서해안 총격이 최근 남북관계가 긴밀해지고 한.일월드컵이 열리는 가운데 발생, 군은 ‘뜻밖’이라며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더욱이 4월 임동원(林東源) 특보의 방북으로 경의선 철도 연결사업이 가시화하는 등 경색됐던 남북 군사관계도 상당히 진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던 군은 더욱 당황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
▶ ‘의도적 도발’ 분석 우세
군은 일단 북한 경비정이 우리 경비정을 선제 공격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리 경비정에 대한 선제공격한 정황을 살펴보면 북한의 의도를 그대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당시 연평도 인근의 북방한계선(NLL) 북측 지역에서 북한 어선 30여척이 조업하고 있었지만, NLL을 침범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북한 경비정은 1척이 먼저 NLL을 침범, 우리 경비정 편대를 유인한 뒤 서쪽에 떨어져 있던 다른 북한 경비정이 NLL을 3마일 침범해 접근한 해군 경비정 1대에 공격을 가했다.
특히 북한 경비정은 과거 교전에서 먼저 기관총 공격을 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곧바로 85㎜ 함포를 발사한 것에 비추어 우발적이라기보다는 ‘계획된’ 시나리오에 따른 도발이라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교전 참패 보복, 내부 단결용’
이번 도발의 이면에는 서해교전 ‘참패’를 만회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29일은 서해교전이 발생했던 1999년 6월15일을 불과 2주 넘기고, 월드컵 3,4위전이 열리는 날로써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었다.
때문에 서해교전 참패 이후 기회를 노려오던 북한이 ‘계획적’으로 도발을 일으켰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오고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 경비정이 탑재한 무기 중 가장 파괴력이 강한 함포로 우리 경비정의 조타실을 가격하는 등 교전 과정을 살펴보면 계획된 도발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탈북자들과 기근 등 체제위협을 탈피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도발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다른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이 최근 진전되고 있는 남북 및 북미 관계를 해치는 도발을 계획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때문에 이번 도발은 서해교전에서의 망신을 당한 북한 군부 내 강경파가 주도했을 것으로 이들은 관측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에 우리 군이 안이하게 대처해 우리측의 피해가 컸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북한 경비정이 올 6월에만 4차례나 NLL을 침범했지만, 군은 일상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지적이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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