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종영한 MBC TV ‘로망스’는 이대영 PD의 미니시리즈 데뷔작이다.이대영 PD가 단독으로 시작했으나 마무리는 박홍균PD와 함께 했다. 7회부터 박 PD가 투입됐다. 조(助)연출이 아니라 제2(세컨드) 연출로서다.
‘로망스’는 4회까지 사전제작분이 있었으나 5회부터 시간에 쫓기면서 촬영하자마자 그 주에 방송을 내보내는 식으로 진행됐다.
마지막 16회의 경우 쪽지 대본이 미리 나오기는 했어도 대본 완성본이 나온 때가 25일. 채 사흘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촬영과 편집까지 모두 끝내 방송해야 했다.
후배 연출자가 ‘세컨드’로 붙고, 촬영팀이 나누어지고 출연연기자도 나누어져, 동시에 두 곳에서 촬영이 이루어졌다.
미니시리즈에는 최근 들어 이같은 분업체제가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다. 일일드라마나 대형사극처럼 세트촬영과 야외촬영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도 아니고, 말 그대로 ‘나누어 찍어서 합치는’ 방식이다.
SBS ‘명랑소녀성공기’(연출 장기홍)도 후반들어 벼락치기로 촬영하면서 촬영팀을 둘로 나누었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방영 시작 한 달 전에도 촬영에 들어가지 못하기 일쑤다. 고작 3~4회분 촬영하고 방송에 들어가다보니 후반부에 접어들면 시간에 쫓긴다.
게다가 올 초 ‘겨울연가’(KBS)를 계기로 60분이던 미니시리즈의 방영 시간이 70분으로 정착된 것도 이 같은 현상을 심화시켰다.
‘로망스’를 기획한 정운현 프로듀서는 “70분짜리 2회분을 한 사람이 한 주에 감당하기는 벅찬 실정이다”며 “이미 정해진 방송시간에 맞추어 남품은 해야하니 방영 도중이라도 연출자를 추가투입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작품을 내놓고 싶은 것은 연출자라면 당연히 갖게 되는 욕심이다.
하지만 타인의 손을 빌려야 작품을 완성하는 연출자도, 대본만 받아들고 기계적으로 촬영해야 하는 제 2 연출자도, 그 당연한 소원을 이룰 수가 없다.
벼락치기 제작이 관행으로 굳어질까 걱정된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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