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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검찰의 코디네이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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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검찰의 코디네이션 문화

입력
2002.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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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업(金弘業)씨의 검찰청탁의혹과 김진관(金鎭寬) 제주지검장의 금품거래 사실 등이 불거지면서 검찰 간부들의 부적절한 처신이 또 도마에 올랐다.지난해 특별감찰본부까지 가동해가며 자정노력을 기울인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28일 대검의 한 검사는 “이제 믿어달라고 호소할 기력도, 변명할 구실도 없다”며 아예 코멘트조차 피했다.

돌이켜보면 대전법조비리, 옷로비 의혹, 조폐공사파업유도 사건 등 간단없이 이어진 스캔들 때마다 검찰은 으레 뼈를 깎고, 제살을 도려내겠다고 했다.

그래놓고는 그때마다 여론을 무마하고, 조직도 살리는 양수겸장의 수를 두어왔다. 검찰출신 변호사는 이 같은 검찰 특유의 기술적 처리방식을 ‘코디네이션(Coordination)’이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코디네이션이란 말 그대로 조정, 또는 조절의 의미. 그는 “전통적으로 유능한 검사의 조건으로 수사능력보다는 정치권 등의 상충하는 이익을 조화시키는 능력이 중시돼 왔다”며 “비리의 끝까지 파헤치려는 노력은 대부분 권력과 당사자의 입김을 받는 수뇌부에게 제지돼 왔다”고 지적했다.

명분은 물론 조직보호다. 실제로 권력형 비리사건 수사에서 남다른 의욕을 보인 검사들은 “감각이 없다”든가, ‘꼴통’, ‘외곬수’라는 비아냥과 인사상 불이익까지 감수해야 했다.

검찰의 코디네이션 문화는 제 식구에게도 똑같이 적용돼 왔다. 지난해 특별감찰본부에 파견됐던 검사는 “당시 조사대상 동료들에게 한 말은 ‘미안하다. 하지만 조직은 살아야하지 않겠느냐’는 것 뿐이었다”고 말했다.

적당한 수사로 조직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코디네이션 문화가 오히려 검찰을 죽이는 치명적인 칼이었음은 이미 지겹도록 증명돼 왔다. 검찰이 여전히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면 더 이상 희망을 남겨 둘 이유가 없다.

손석민 사회부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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