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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슬픈 아일랜드/민족주의적 역사해석은 유효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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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슬픈 아일랜드/민족주의적 역사해석은 유효한가

입력
2002.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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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아일랜드' 박지향 지음대서양 동쪽 끝, 유럽의 변두리에 위치한 아일랜드는 잉글랜드라는 강대국에게 지배당했던 슬픈 나라다. 그래서일까. 아일랜드는 민족의 전통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표출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슬픈 아일랜드’는 박지향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가 세계문학의 보고(寶庫)이며 IT강국으로 부상한 아일랜드의 역사와 문화를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아일랜드 역사를 개괄적으로 훑기보다는 아일랜드에서 민족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된 갈등과 충돌을 중점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1169년부터 시작된 잉글랜드의 아일랜드 정복과 지배는 1922년 아일랜드 자유국이 성립되기까지 750년 넘게 지속됐다.

피지배 기간동안 이뤄진 잉글랜드 사람의 이주 정책과 신ㆍ구교의 종교적 구분은 아일랜드를 복잡한 인종 혼합국으로 만들었고 이로 인해 ‘누가 진정한 아일랜드 민족인가’에 대한 논쟁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저마다 ‘아일랜드성’이란 민족정체성을 상정하고 자기와 다른 사람을 배제해온 아일랜드 민족주의의 전개를 소개하면서 저자는 소위 수정주의 역사학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수정주의 역사학이란 민족은 이미 존재하는 것이고 언젠간 회복해야 하는 과제라는 전통적인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민족 정체성은 얼마든지 재창조해낼 수 있다는 유연한 태도를 의미한다.

책에는 ‘아일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슬픈 나라’라는 감정적 신화에서 벗어나 식민지배 시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민족에 대한 과도한 환상에서 벗어나려는 아일랜드 역사학계의 움직임이 소개되고 있다.

‘사악한 지배자 영국인’으로부터 ‘고결한 아일랜드인’을 구분하는 전통적인 민족주의 역사 해석도 경계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저자는 지정학적 위치와 정서적 측면 모두 한국과 유사한 아일랜드의 민족사는 한국의 민족주의와 역사 다시 보기 인식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책 후반부에는 더블린 출생으로 영어로 글을 쓰고 영문학 전통도 의식해야 했지만 동시에 아일랜드의 정체성과 전통을 삶과 작품 속에 표출해야 하는 이중적 상황에 처했던 작가 오스카 와일드와 버나드 쇼, 시인 예이츠의 고뇌가 소개된다.

저자는 이러한 갈등과 투쟁하고 그것을 극복하려 한 노력이 아일랜드를 세계 문학의 보고로 우뚝 서게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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