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8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전면 개각, 청와대 비서진 교체, 아태재단 해체를 요구한 데 대해 박선숙(朴仙淑) 대변인을 통해 짧게 답했다. 박 대변인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탈당해 국정에 전념하고 있다”면서 “개각 등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잘라 말했다.이 두 마디에는 청와대의 불쾌감이 짙게 묻어 있다. 청와대로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는 민주당의 태도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데다, 월드컵을 통해 국민 에너지가 상승하는 국면에 찬 물을 끼얹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런 불쾌감 속에서도 청와대는 나름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김홍일(金弘一) 의원의 탈당, 아태재단의 진로 등 지방선거 패배와 직ㆍ간접적으로 연관된 문제에 대해서는 성의를 다하겠다는 자세다. 민주당과 선을 긋고 과거의 잘못을 청산하는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조치가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아태재단 처리에 대해 심사숙고 중”이라고 말하고 있어 해산이나 이에 준하는 조치가 강구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 의원 문제의 경우 당사자는 완강하지만, 주변에서는 “절차와 모양이 갖춰지면 탈당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개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농도가 강하다. “결국 밀려서 하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전망은 있지만, 논리적으로는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전면 개각은 내각이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라는 것인데, 내각은 신용등급 상향, 월드컵의 성공 등 할 일을 다하고 있다는 반론이다.
또한 민주당이 탈DJ를 외치면서 내각개편으로 이득을 얻겠다는 것은 스스로 ‘사이비 절연’임을 인정하는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더욱이 임기 말 개각은 내각의 불안정성만 높일 뿐 민심 수습의 약효가 없는데다 인물 찾기도 힘들다는 게 청와대의 내심이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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