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언제나 우리를 설레게 한다. 이제 곧 휴가철, 이번에는 어디로 떠날까. 낯선 곳에서, 낯선 경험을 하는 것도 좋고 마냥 쉬는 것도 즐겁다.여행을 통해 세상 보는 눈을 넓히고 가족의 화목을 다질 수 있다면 더욱 의미있지 않을까. 삶을 되돌아보고 사유의 폭을 넓혀주는 여행서를 미리 읽어본다면 알찬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전거 여행’(생각의나무)은 언론인 김 훈씨가 ‘풍륜(風輪)’이라 이름 붙인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누비며 써 내려간 기행문.
2000년 가을부터 6개월 남짓 한국일보에 연재한 것을 묶었다. 사람의 땀에 의해서만 달리는 자전거를 타고 그는 몇 남지 않은 오지, 원형이 훼손된 국토를 만나고 분교의 어린이와 촌로들의 삶을 기록했다.
사진작가 이강빈씨의 사진과 함께 저자의 장쾌한 문장이 독자를 사로잡는다.
‘이성 단장의 온 가족 세계배낭 여행기’(자음과모음)는 2000년 7월11일 이 성 당시 서울시 시정기획단장이 무급휴직을 내고 가족과 함께 1년간 세계일주를 다녀온 뒤 낸 여행일지.
세계일주라는 어릴 적 꿈을 이루고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가치와 삶이 존재하는 열린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아파트 전세금을 빼 여행을 떠났고 이 때문에 큰 화제가 됐다.
45개국을 돌고 온 그는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마음으로 업무에 복귀할 수 있었다.
‘김윤식 문학기행’(문학사상사)은 문학평론가 김윤식씨의 네팔 몽골 중국 일본 여행기. 인문학적 사유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네팔 카트만두의 허름한 서점에서 일본 작가 가지야마 도시유키(梶山季之)의 소설 ‘이조잔영(李朝殘影)’을 발견하고 식민지와 오리엔탈리즘에 이르는 광대한 사유의 행로를 펼치는가 하면 중국에서는 김동리와 강태공을 오가기도 한다.
‘내 인생을 바꾼 스무살 여행’(작가정신)은 방황하던 캐나다 청년 브라이언 트레이시가 스무살 시절(1965년) 친구들과 유럽 아프리카를 여행한 기록.
준비없이 떠나 실수도 많았고 갈등도 있었지만 1년 만에 고향에 돌아왔을 땐 새로운 사람이 돼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계기로 지금은 미국서도 알아주는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변모해 있다.
‘시선’
(이레)은 원성 스님이 어머니 금강 스님과 함께 한 인도 여행기. 불교 성지와 그곳서 만난 사람들의 삶이 우화처럼 그려진다.
구걸을 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거리의 아이들, 다른 사람의 눈길에도 아랑곳없이 길가에서 용변 보는 사람 등 인도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사진과 시, 산문으로 보여진다.
‘페루에는 페루 사람들이 산다’(문학과지성사)에서는 문학평론가 김병익씨가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낯선 사람과 낯선 문화를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관찰하고 우리나라와 비교하면서 깊이 있는 사유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우리 글로 나와 있는 국내외 고전적 여행기도 읽을 만 하다.
13세기 후반 전세계를 여행한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사계절), 중세 탐험가 이븐 바투타의 30년에 걸친 여행기록
‘이븐 바투타 여행기’(창작과비평사), 독일 문호 괴테가 이탈리아에서 다양한 체험을 통해 예술가로 변모하는 과정을 그린‘괴테의 이탈리아 기행’(푸른숲), 쿠바 혁명 지도자 체 게바라의 청년 시절 여행기‘체 게바라의 라틴 여행 일기’(이후) 등은 번역본을 통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연암 박지원이 이용후생하는 청나라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열하일기’(범우사 등)와 북학파의 대가 홍대용의 베이징 여행기인 ‘을병연행록’(태학사) 등도 우리의 고전이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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