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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전 국립문화재硏소장 퇴임 "31년전 무령왕릉 졸속발굴 못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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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전 국립문화재硏소장 퇴임 "31년전 무령왕릉 졸속발굴 못잊어"

입력
2002.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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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 현장에서의 사소한 실수는 역사를 엉뚱하게 바꿔놓을 수도 있습니다. 나름대로 열과 성의를 다해왔지만 혹여 잘못한 것은 없는 지 자꾸 되돌아보게 됩니다.”33년간 발굴 외길을 걸어온 조유전(趙由田ㆍ60)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이 28일 정년 퇴임했다.

그는 구석구석 자신의 손때가 묻은 연구소에서 이날 오후 후배들이 열어준 조촐한 퇴임 기념행사에 참석, “뿌듯함 보다는 부끄러움, 죄스러움이 앞선다”고 말했다.

서울대 고고인류학과 2기 졸업생인 그는 1969년 문화재연구소 전신인 문화재관리국 연구실의 촉탁직원으로 첫 발을 디뎠다.

“군에서 제대한 후 대학 때 못다한 공부나 하면서 찬찬히 앞길을 찾아볼 작정으로 연구소에 들어왔는데 어느새 33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당분간’이란 단서를 달고 발을 디딘 ‘땅꾼’(발굴전문가들이 스스로를 일컫는 말) 세계에 흠뻑 빠져든 그는 94년부터 3년간 국립민속박물관장을 지낸 것을 빼고는 줄곧 문화재연구소를 지켰다.

그는 경주 안압지와 감은사터, 황룡사터, 서울 풍납토성 등 굵직굵직한 발굴현장을 두루 누볐지만, 71년 무령왕릉 발굴 당시 하루 밤 새 졸속으로 작업을 끝내 두고두고 비난을 받았던 일을 가장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역사 앞에 큰 죄를 짓고 말았지만, 이를 계기로 발굴 수준이 한단계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말을 빌자면 헐레벌떡 공(땅)만 찰(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축구(발굴)를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지요.”

일복 많은 그는 퇴임 후에도 쉴 틈이 없다. 문화재위원 임기가 10개월 여 남아있고, 96년 국내 발굴사 50주년을 맞아 발굴 비사를 엮어 펴낸 ‘발굴 이야기’ 후속편 집필도 더 이상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연구소를 떠난다고 땅꾼 팔자가 달라지겠느냐”며 웃었다.

임기를 마치며 그가 안타까워 하는 것은 문화재연구소의 규모를 좀더 키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조그만 연구실에서 이 정도로 커진 것은 대단하기도 하지만 인원도 규모도 더 커져야 한다”며 연구소를 독립된 연구원으로 승격하고 그 아래에 보존과학연구소 등 독립적인 연구소를 두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문화유산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주인 의식은 아직도 부족한 것 같다”면서 “문화재청 등 정부기관의 행정력 부족만 탓할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우리 마을의 문화유산은 우리 손으로 지킨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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