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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527)생텍쥐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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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527)생텍쥐페리

입력
2002.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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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 6월29일 프랑스의 소설가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가 리옹에서 태어났다. 몰일(歿日)은 알 수 없다. 그가 실종됐기 때문이다.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7월31일 오전 8시45분, 비행중대장 생텍쥐페리는 라이트닝 P38기를 타고 그르노블 지역을 정찰하기 위해 코르시카섬의 바스티아보르고 기지를 떠났다. 44세인 그는 연합군의 최고령 비행사였다. 귀대 예정 시각인 오후 1시가 되도록 생텍쥐페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오후 2시30분이 되면서 그가 상공에 떠있을 가능성은 사라졌다. 연료가 떨어질 시각이었기 때문이다. 오후 3시30분, 기지의 한 미군 장교가 “비행중대장 생텍쥐페리 실종”이라는 보고를 상부에 올렸다. 그의 비행기는 그 뒤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생텍쥐페리는 20대 공군 복무 시절에 배운 조종 기술을 바탕으로 26세 때부터 초기 우편비행업무에 뛰어들었다. 그 시절 우편기 조종사는 추락과 조난의 위험에 늘 노출된 매우 궂은 직업이었다. 특히 생텍쥐페리처럼 유럽과 남아메리카를 오가는 대륙간 우편기 조종사는 더욱 그랬다.

그는 당시로서는 극소수 건강하고 용기있는 남자에게만 허락됐던 이 낯선 체험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처녀 장편 ‘남방 우편기’를 비롯해 페미나상 수상작인 ‘야간비행’에서부터 전세계적으로 4천수백만 부가 팔려나간 동화 ‘어린 왕자’에 이르기까지, 생텍쥐페리의 작품들에는 작가 자신이나 그의 동료들과 비슷한 사람들이 자주 등장해 이 희귀한 직업의 사내들이 세계에 대해 지니게 된 색다른 시각과 이미지들이 그려진다.

본격 문학의 공간을 처음으로 하늘로 확대시킨 이 작가는, 평론가 로제 카이유와의 관찰에 따르면, 자신의 삶이 보증하지 않는 어떤 것도 쓰고 싶어하지 않았다.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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