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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방사 곰까지 잡아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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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방사 곰까지 잡아가다니

입력
2002.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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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소식이다. 정부가 생태계 복원차원에서 지리산에 풀어놓은 네 마리 반달곰 중에 암컷 한 마리가 실종됐다고 한다.정황으로 보아 곰은 실종된 것이 아니라, 밀렵꾼이나 주민에 의해 포살된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환경당국이 이 곰을 지리산에 풀어놓을 때 전파발신기를 부착하여 위치추적이 가능하게 했다. 그런데 추적한 결과 곰은 없고 예리한 날에 절단된 발신기만 회수했다.

환경당국이 추정하는 대로 굶어죽었을 지라도 곰의 몸은 사람이 가져간 것이 틀림없다.

이제 겨우 한살이 된 곰의 사체에서 웅담을 채취하려고 했을까. 그보다는 야생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는 곰을 밀렵꾼이 산채로 잡아 갔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전파발신기를 절단해버린 것을 보면 포획자는 이 곰이 보호대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범법행위를 거론하기 이전에 포획자의 동물적 욕구가 한탄스럽다. 강을 살리고 숲을 보호하는 최근 우리 국민의 환경정서나, 700만명이 거리응원을 해도 탈선이 없는 기적 같은 시민정신의 성숙함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행위다.

당초 새끼 네 마리를 풀어놓았으나 한 마리는 사람만 보면 졸졸 따라다녀 결국 회수하고 결과적으로이제 두 마리만 남은 셈이다.

한번 파괴된 자연의 원상회복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암시한다. 잘 알다시피 40년에 걸친 보호노력으로 산림은 울창해져서 우리 국토의 허파노릇을 단단히 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동물이 없는 산림은 반쪽만의 자연이다.

곰이 사는 산은 생각만 해도 시원한 자연의 본래 모습이다.

야생에 풀어놓은 동물의 관리잘못 책임을 물으며 법석대는 것은 우습다.

그 보다는 야생동물을 아끼고 동물보호에 남다른 센스가 있는 인력을 확보하여 이 일을 맡기는 것이 더 현명한 사후 조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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