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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 작은 서점의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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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 작은 서점의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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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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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그날이 오면, 전야, 알, 오늘의 책, 장백, 논장, 녹두, 청맥, 인…1980년대 대학가에 있던 사회과학 서점들입니다. 이들 서점은 척박하던 정치상황 속에서 세상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책들을 공급했습니다.

경찰은 이런 서점을 불온사상의 주입구로 여기고 감시의 눈길을 보냈습니다만, 그러면 그럴수록 학생들의 발걸음은 늘어났습니다.

단순히 책 파는 공간이 아니라, 저항 문화의 요람이었지요. 당시 대학생들이라면 일반 서점에서 찾기 힘든 책을 이곳에서 구해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문을 닫았습니다. 외부의 감시와 탄압때문이 아니라 책을 사려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줄어들면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서였습니다.

그래도 문닫는 게 아타까웠는지 일부 동문들은 서점을 살리겠다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명맥을 잇는 곳은 몇 군데 없습니다. 유지는 되더라도 동네의 일반서점 기능을 하는 곳이 많고요.

이를 나쁘게 볼 것은 아닙니다만, 지난날 돌아보기를 좋아하는 기자에게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사회과학 서점 한 곳이 최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로에 있다가 성균관대 앞으로 옮겨간 논장서점은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이란 신간을 펴냈습니다.

26일자 한국일보에도 보도됐습니다만, 김성동씨의 신작 소설에 대한 네티즌 펀딩 사업도 이 서점을 통해 이뤄집니다.

홈페이지가 깔끔하게 정리한 것은 물론이고 독서클럽도 왕성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책을 구입한 독자에게 마일리지를 부여, 누적점수에 따라 책을 추가로 주거나 그 책을 사회단체 등에 기부할 수 있도록 하고도 있습니다.

사회단체 인쇄물의 출판 및 판매도 대행하겠답니다. 책에 있는 오탈자 찾기 등은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소박한 프로그램입니다.

조그만 서점이 이처럼 활기있게 움직이는 모습은, 상황에 밀려 속수무책 쓰러지고 있는 서점들에게는 분명 귀감이 될 것입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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