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 출판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는 주제는 아마 ‘일본어’일 것이다.서점마다 일본어 코너를 설치하고 일본어 책을 모아 진열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이 같은 일본어 붐은 작년 8월 나온 ‘일본어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에서 시작된다. 저자는 도쿄외국어대학 교수이며 사회언어학자인 이노우에 후미오(井上史雄).
이 책은 언어의 구조와 사회적 지위라는 관점에서 일본어를 둘러싼 상황을 고찰한다.
전문가들은 “어떤 언어가 세력이 강화, 확대되거나 축소되는 현상은 경제학과 언어학이 함께 연구해야 실체를 더 잘 분석할 수 있다”며 경제학과 언어학의 접목을 통한 진전된 연구를 촉구한다.
작년 9월에는 ‘소리 내서 읽고 싶은 일본어’가 나왔다.
저자는 메이지대 교수인 교육학자 사이토 다카시(藤 孝). 책은 일본의 고전부터 현대소설을 망라, 명문장과 명구절을 발췌하고 해설을 덧붙였다.
저자는 “잘 다듬어지고 자양이 넘치는 말을 암송, 낭송하면 몸과 마음이 튼튼해진다”며 암송문화의 복권을 주장한다.
“일본어의 매력을 소리내 재확인 함으로써 명작을 다시 한번 읽는 사람이 늘 지도 모른다”고 출판계는 전망했었는데 놀랍게도 이 책은 160만부가 팔리는 대히트를 기록하며 일본어 붐에 불을 당겼다.
올 4월에 나온 ‘상식으로 알아두고 싶은 일본어’는 이 같은 열기에 기름을 부은 책이다.
도쿄대 명예교수인 언어학자 시바타 타케시(柴田 武)가 쓴 책으로 일본어의 어원을 추적하고 의미를 파헤친다.
전문가들은 이 책이 사회ㆍ정치적인 면, 예를 들면 차별문제 같은 것은 능숙히 피해가면서 평화로운 세계에 젖어들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고 살짝 꼬집는다.
전쟁 테러 범죄가 범람하는 현실을 잊고 안온한 기분을 맛보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밖에 ‘세가지 색 펜으로 읽는 일본어’ ‘일본인이라면 알아두고 싶은 일본어’ 등 일본어를 간판처럼 내건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은 국제화가 진행되면서 영어는 세력을 점점 더 강화하는 반면, 일본어는 소수언어로 갈수록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가 배경이 되고 있다.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일본인의 일본어 능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하는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런 분석과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들 책이 각광을 받는 것은 분명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리고 이들 책을 통해 일본어를 재검토해 보려는 노력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황선영 일본 도쿄대 비교문학ㆍ문화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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