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질서나 미풍양속을 해치는 인터넷이나 PC통신 등 온라인 매체상의 표현물을 규제할 수 있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이하 통신법) 제53조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이번 결정으로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온라인 표현물을 어느 선까지 규제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 및 법개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영일ㆍ金榮一 재판관)는 27일 1999년 PC통신에 서해교전에 대한 정부의 조치를 비판한 글을 올렸다 통신법을 근거로 글 삭제 및 이용중지 조치를 당한 대학생 김모씨가 낸 헌법소원에서 “명확성과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통신법 53조에 대해 위헌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통신법 53조의 효력은 없어졌으며 이 조항으로 규제를 받고 있는 표현물은 원상복구된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통신법은 53조에서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을 해치는 내용을 불온통신으로 규정, 정보통신부장관에 의해 취급거부ㆍ정지 또는 제한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며 “그러나 불온통신의 개념이 매우 추상적이고 모호한 탓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53조에 따르면 국가에 의한 자의적인 규제가 얼마든지 가능하며 국민은 막연한 규제가능성 때문에 표현행위를 스스로 억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특히 “이 조항으로 징집반대, 집총거부, 통일 등 예민한 정치적ㆍ사회적 문제에 대한 논의의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배제돼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측은 “가장 열린 매체로 자리를 굳힌 온라인상 표현에 대해 질서유지를 강조한 기존의 사고만으로 규제할 경우 표현의 자유의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점을 감안했다”고 결정배경을 설명했다.
김씨는 99년 6월 PC통신 ‘나우누리’에 개설된 동호회 게시판에 “서해안 총격전, 어설프다 김대중!”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6일 뒤 게시물을 삭제당하고 통신망 이용이 1개월간 중지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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