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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월드컴,의원들에 로비 시도" / 회계쇼크 정·재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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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월드컴,의원들에 로비 시도" / 회계쇼크 정·재계 확산

입력
2002.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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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2의 장거리 통신회사 월드컴의 회계조작 파문이 경제계와 정·관계를 강타하고 있다.미 기업 사상 최악의 분식회계 사건으로 기록될 월드컴 스캔들로 지난해 말 엔론사파산의 후폭풍에서 겨우 벗어난 미국 경제는 다시 수렁으로 빠져들었다.여기에 월드컴이 미행정부 관리들과 상·하원 의원들에게 로비를 시도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미국 정가에 초특급파장을 불러 올 전망이다.▼정관계 로비

워싱턴 포스트는 27일 월드컴이 4월말 회계부정 사실을 스스로 폭로하기 1주일 전까지도 본사가 있는 미시시피주 지역구 의원들에게 로비를 시도했다고 보도했다.지난 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나선 공화당의 모금 행사에는 10만달러를 기부했고,미시시피주의 공화당 하원의원인 찰스 피커링 2세에게도 많은 기부금을 주었다.

또 상원 공화당 원내총무인 트렌트 로트의 이름을 딴 미시시피 대학 '트렌트 로트 리더십 연구소'에 100만다러를 출연하기도 했다.

이 자금은 기부금·출연금 등 합법적 형태를 띠고 있어 당장 법률적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월드컴이 엔론처럼 권력과 밀착했다는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하지만 월드컴이 경쟁업체 인수·합병을 통해 초고속 성장을 해 온 데다 고속 인터넷 시장의 이권을 노리고 정책 입안자들에게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엔론 때와 같은 정·관계 커넥션이 이번사건에도 작용했을 것이란 의혹이 커지고 있다.월드컴이 공화·민주 양당 정치인에게 모두 접근한 듯한 흐름이 감지되는 것도 에론 스캔들과 유사하다.특히 엔론사의 회계법인이었던 아서 앤더슨이 월드컴의 회계감사도 맡은 것으로 드러나 기업과 회계법인 간의 검은 유착관계에 대한 의혹도 커지고 있다.이 때문에 월드컴의 자금을 받은 의원들은 전전긍긍하면서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하원 에너지·상무 위원회의 빌리 토진 위원장(공화)은 "월드컴스캔들이 섬뜩하게도 엔론의 회계조작과 흡사하다"며 공개청문회 소집 방침을 발표했다.

토머스 대슐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는 회계기준 개혁입법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부시 행정부도 스캔들의 사정권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회계조작 조사의 주무 부처인 법무부의 존 애쉬크로포트 장관은 취임 직전 상원 선거운동자금으로 1만 달러를 받았다.민주당은 26일 공화당 책임론을 부각할 태세다.하원 민주당 원내총무 리처드 게파트 의원(미주리)은 "공화당의 기업 규제 및 감시 완화 정책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우리는 지금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은 민주당도 기업의 기부금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그러나 잇단 회계조작 스캔들이 경제 전반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김으로써 중간 선거에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는 뇌관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긴박한 미 정부 대응

사태가 확산되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범정부적 차원의 조사를 공언하는 등 정부 당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캐나다에서 열리는 중 8개국(G8)정상회담에 참석 중인 부시 대통령은 26일 "주주나 임직원을 불문하고 책임 있는 사람들을 법률의 테두리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말해 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밝혔다.

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날 월드컴을 사기 혐의로 뉴욕 연방법원에 고소했으며,법무부도 철저한 조사 방침을 밝히고 나섰다.뉴욕경찰도 시티그룹 산하 살로먼 스미스 바니(SSB)증권의 분석가 잭 그러브먼 등 월드컴을 담당한 각 증권회사의 애널리스트를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확산

월드컴에 대출했거나 해당 주식ㆍ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국제 금융기관의 연쇄 피해도 예상된다.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측은 이날 월드컴 파문으로 5억 6,500만 달러의 투자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경제금융정보 전문 서비스인 블룸버그가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한 바에 따르면 JP 모건은 월드컴에 최저 1억 달러에서 많게는 2억 6,500만 달러를 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티 그룹도 적게는 5,100만 달러에서 최대 2억 6,500만 달러를 빌려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밖에 ABN 암로, 아에곤, BNP 파리바, 멜론 파이낸셜도 많게는 2억 달러에서 적게는 1,000만 달러까지 노출돼 있다.

월드컴으로부터 향후 4년간 2,500만 달러를 지원받기로 돼있는 PGA의 월드컴 클래식 대회도 타격이 예상된다.

▼월드컴의 앞날

4월 29일 에버스를 퇴진시키고 부회장이던 존 시지모어를 새 CEO로 세워 재도약을 모색해 온 월드컴은 이번 사건으로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26일 월드컴의 주식은 개장 전 거래에서 폭락세를 보이면서 나스닥 거래가 중단되는 등 거의 휴지조각으로 변했다.

또 미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월드컴의 장기회사신용등급을 B+에서 정크본드 수준인 CCC-로 낮췄다.

인디펜던스 픽스트 인컴의 분석가 짐 샐크로스는 월드컴이 파산에 의한 재산 보전신청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했다. 이 경우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기업이 무너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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