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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관통도로 저지 수경스님 "山파괴 스님들 먼저 반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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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관통도로 저지 수경스님 "山파괴 스님들 먼저 반성해야"

입력
2002.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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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경기 송추를 지나 차로 10여분 달리면 닿는 북한산국립공원 원각사 입구.북한산을 관통하여 일산-퇴계원을 잇는 서울외곽순환도로 공사 현장인 이곳에는 10m 높이의 망루와 솟대, 장승이 세워져 있고 ‘뭇생명의 환경을 허물지 말라’는 등의 구호가 적힌 현수막도 걸려 있다. 이름하여 송추농성장.

불교환경연대 대표 수경(收耕ㆍ53) 스님은 2월 이곳에 북한산 관통 도로 건설저지 농성을 겸해 철마선원(鐵磨禪院)이란 도량을 짓고 머물고 있다.

하안거(여름 수행) 정진도 여기서 한다. 25일 현장에서 기자를 만난 스님은 개발논리에 의해 국립공원이 훼손되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일반인과 불교계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했다.

“북한산국립공원과 수락산, 불암산은 한해 1,000명 이상이 찾는 시민의 휴식처입니다. 이곳에 길이 4㎞, 폭 40m의 터널이 뚫리면 망월사, 회룡사 등 32개 고찰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대기오염, 지하수 고갈, 생태계 파괴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올 초 법원의 공사방해금지가처분 결정이 나오자 시민단체 관계자들마저 농성장을 떠났지만 수경 스님은 비구니 스님 6명과 함께 외롭게 송추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시공사는 노선을 변경하면 시공기간이 늘어나고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주장하지만 불과 10㎞를 우회하고 10분 정도가 더 걸릴 뿐이예요. 이런 식의 개발정책이 강행되면 전국의 국립공원 훼손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아직은 공사시행 초기인만큼 대안노선 검토위원회를 설치해 환경을 살리면서 개발하는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수경 스님의 주장이다.

조계종 총무원도 이를 돕기 위해 26일 서울 조계사에서 불자 3,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북한산 관통도로 건설을 반대하는 범불교도 대회를 열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통난 해소’라는 개발논리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수경 스님의 솔직한 고백이다.

“오늘날 이런 일이 생기게 된 것은 그동안 스님들이 제 역할을 못한 데에도 책임이 있습니다. 산은 스님들의 집인데 절에서 오히려 산에다 길을 내고 파괴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불교계, 특히 스님들의 뼈아픈 자기반성이 먼저 있어야 해요.”

66년 수덕사에서 출가한 뒤 해인사 용화사 실상사 등에서 30년간 수행에만 전념해 온 수경 스님은 철마선원에서 매월 한번씩 철야로 3,000배를 올리며 불교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모든 것은 시절 인연에 따라 이뤄집니다. 이 문제를 통해서 나를 포함한 우주가 한몸이라는 동체대비 사상을 먼저 깨달아야 합니다.”

북한산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도로가 생기든 안 생기든 이 문제는 우리에게 무거운 화두(話頭)로 남을 것이라고 수경 스님은 말하는듯했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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