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제9연방순회항소법원은 26일 ‘국기에 대한 맹세(The Pledge of Allegiance)’가 ‘하느님 아래(under God)’라는 구절이 들어 있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판결했다.법원은 이 구절이 정부가 교회와 국가를 분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수정헌법을 위반했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법원은 또 “대법원은 학생들이 졸업식에서 종교적 기원을 할 수 없으며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도록 강요될 수 없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고 지적하고 “국기에 대한 맹세에 반대하는 학생들은 매일 이를 암송하는 행사에 참가할 것인지, 혹은 항의할 것인지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공립학교 학생들이 매일 수업 시작 전에 일제히 암송하는 ‘국기에 대한 맹세’는 침례교 목사인 프란시스 벨라미에 의해 1892년에 처음 제정됐으며 1954년 의회의 결의에 따라 ‘하느님 아래’라는 구절이 삽입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9ㆍ11 테러 후 각급 학교가 이를 암송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새크라멘토에 거주하는 무신론자인 마이클 뉴다우씨가 자신의 딸이 이 구절을 암송하도록 강요받는 데 반대해 제기한 것이다.
한편 이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백악관과 의회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이번 판결은 어리석은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히고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미 상원은 이날 오후 긴급 회의를 소집, 국기에 대한 맹세에 대한 지지와 상원 법률고문단이 이 문제에 개입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찬성 99표, 반대 0표의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시켰다.
톰 대슐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는 “이번 판결은 터무니없는 것이며 상급 법원은 이 결정을 뒤집어야할 것”이라고 말했고 공화당의 키트 본드 상원의원은 “나라를 건국한 선조들이 무덤 속에서 한탄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공화당 의원들이 중심이 된 150여명의 하원의원들도 의사당 앞에 모여 ‘국기에 대한 맹세’를 암송하는 행사를 가졌다. 한편 CNN 방송이 미국민을 상대로 이 판결에 대한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 75%가 판결이 잘못 됐다고 응답했다.
■ 국기에 대한 맹세(全文)
나는 미합중국의 국기와 그 국기가 대표하는 공화국, 하느님이 보호하고(under God), 분할할 수 없는, 만인에게 자유롭고 정의로운 국가에 대하여 충성을 맹세합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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