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을 무시해도 유분수죠. 교육당국이 체벌방법까지 정해주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이제는 체벌을 마구 해도 된다는 건가요. 이렇게 맞으면 신고는 가능합니까.”교육인적자원부가 제시한 ‘남학생은 엉덩이, 여학생 허벅지, 지름 1㎝내외 나무’ 체벌규정이 전해진 27일, 교사는 물론 학부모들 사이에 이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상당수 교사들은 뜬금없는 체벌 예시안 발표로 일선 학교에서 체벌이 횡행하고 있는 것처럼 비쳐진 데다, 이 지침조차 교육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반발하고 나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 '또 교사 무시하는 발상’ 반발
이날 교사들은 마뜩찮은 표정이 역력했다. 서울 S초등교의 한 교사는 “체벌을 공식 허용하는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는데, 체벌 부위와 횟수, 체벌봉 크기 등 사소한 것까지 획일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고 일선 학교와 교사를 무시하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D중 L교장은 “체벌은 현장에서 즉시 할 때 그나마 교육적 효과가 있다”면서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나중에 교무실로 불러 교감 입회 하에 체벌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홈페이지 등에도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의 비난 글이 쇄도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교사 권위가 땅에 떨어진 마당에, 앞으로는 회초리의 길이까지 재가며 벌을 줘야 하면 학생들이 교사를 어떻게 보겠느냐”고 한탄했다.
■ 학부모, 학생은 ‘걱정스럽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그들대로 “걱정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교육부의 이번 발표로 체벌이 공식화하고 만연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학부모 최모(46ㆍ서울 송파구)씨는 “이번 체벌규정을 보면 교사들에게 체벌을 대폭 허용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서 “만일 규정대로 체벌했다가 학생에게 불상사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겠느냐”고 말했다.
고교생이라는 한 네티즌은 “체벌방법을 정하다고 해서 앞으로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리는 선생님이 없어지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윤지희(尹智熙) 회장은 “교육부의 이번 체벌규정은 체벌을 최소화하라는 것인지, 확대하라는 것인지 명확한 방향성이 제시되지 않아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총 황석근 대변인은 “체벌규정은 애매모호하거나 불합리한 점이 많아 교사와 학생들에게 새로운 분쟁의 소지만 만들었다”면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 교육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각 학교 현실에 적합한 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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