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발표한 ‘공적자금 회수 및 상환대책’은 1997년 금융위기 이래 우리나라 경제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해 지불한 전체 금전적 비용에 대한 결산의 성격을 갖는다.156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신속하게 투입한 결과 세계적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가장 빨리 극복하고 국가신용 A등급을 회복하는 성과를 거둔 반면 이제 회수가 불가능한 69조원은 앞으로 25년 동안 우리 국민이 부담해야할 빚이라는 게 이날 발표의 요지.
특히 빚으로 남은 손실원금 69조원에 대한 전체 실질 국민부담은 이자를 연 5%로 치고 25년간 매년 원금과 이자를 균등 상환한다고 해도 약 103조8,500억원, 가구당 726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공적자금 이자를 갚는데 쓰인 재정융자특별회계 18조원을 손실분에 포함시킬 경우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때문에 향후 국회보고와 공청회 과정에서 회수규모 산정 및 상환 대책의 적절성에 대한 큰 논란이 예상된다.
■실질 부담액 더 늘어날 가능성
정부는 공자금 손실 원금 69조원을 금융권 20조원, 재정 49조원으로 나눠 25년간 원금과 이자를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손실 원금이 69조원 보다도 더 많아질 수 있다는데 있다.
정부는 공자금 관련 보유 자산 가운데 예보와 자산관리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출자주식과 부실채권의 가격산정을 비관적일 경우와 낙관적 경우로 나눠 산술적 중간값으로 계산했다.
관련 자산 처분을 통한 회수금액이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4조원 이상 부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가능성을 여타 정부 보유 국책은행 지분이나 후순위 채권 가격 등에 적용할 경우 추가 손실 가능액은 10조원 내외까지 확대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부의 공자금 회수 추정은 본질적으로 낙관적일 수 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회수 규모 산정의 적절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환 부담, 경제 발목 잡을 수도
향후 공적자금상환기금이 발행한 국채 원리금을 상환하는데 필요한 자금은 일반회계인 재정에서 매년 1.79%(금년 기준 2조원)씩 전입돼야 한다.
정부는 세목신설이나 세율인상 보다는 기존의 조세감면 축소와 에너지 세제개편에 따른 단계적 세율 인상분 등 세수증대와 재정지출 감축을 절반씩 활용해 보전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는 중산ㆍ서민층 생활안정과 경기진작을 위한 각종 조세감면이 9년간 11조3,000억원(현재가치 기준) 줄어들고 9년간에 거둬질 14조1,000억원(현재가치 기준)의 에너지세제 개편에 따른 단계적 세율 인상분이 성장동력에 투입되는 대신 공자금 상환에 쓰인다는 의미다.
또 장기간에 걸친 재정부담은 경기침체시 대응여력을 떨어뜨리는 악영향을 수반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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