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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폭락장속 알곡 줍기

입력
2002.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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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흔들려도 마이 웨이(My Way).’국내 기관의 손절매(loss cut)와 일부 개인들의 투매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는 동안 외국인들은 소리없이 알짜 주식을 싼 값에 야금야금 사들이고 있다. 이들은 가격메리트가 생긴 우량주 가운데 하반기 유망종목을 집중 매입하고 있으며 포트폴리오 재구성을 통해 3분기 이후 랠리를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9ㆍ11테러 이후 기관이 주식을 내다판 것과는 달리 외국인들은 꾸준히 사들여 올 초 랠리를 주도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어서 7~8월 이후 미국 경기가 안정될 경우 국내 기관들이 또다시 뒷북을 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은행과 증권, 연기금 등 기관이 1,291억원을 순매도해 주가가 폭락한 26일 외국인들은 오히려 369억원을 사들이는 등 최근 3일 동안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 거래소에서만 1,100억원을 거둬들였다. 외국인들은 특히 주가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코스닥에서도 24일부터 27일까지 KTF와 CJ39쇼핑 등 125억원을 순매수했다. 올 2월부터 4월까지 매도공세를 펼쳤던 외국인들은 5월 이후 매도규모를 줄이고 있으며 삼성전자가 D램 가격담합 조사를 받을 것이라는 소식에 지난주 후반 일시적으로 매도 규모를 늘렸을 뿐 6월 들어서는 순매수로 돌아서고 있다.

한화증권 조덕현 연구원은 “기관들이 손절매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외국인은 미증시 폭락에도 휩쓸리지 않고 매수에 나서고 있다”며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가 아직 크지 않아 반등의 지렛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의 2분기 실적에 따라 본격 매수에 나설 경우 수급공백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특히 올 상반기 삼성전자를 3조5,379억원이나 매도한 대신 최근에는 국민은행과 한미은행 등 금융주와 현대차 등 자동차 운송주, 신세계 현대산업개발 등 내수주를 다시 편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며 하반기에 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 UBS워버그증권은 최근 내놓은 한국투자전략에서 “유동성이 공급될 경우 하반기 800~850포인트를 기준으로 20% 정도의 랠리를 기대한다”며 “최근 주가하락은 강세장의 끝이기 보다는 조정으로 평가되는 만큼 우량주에 대한 비중을 점차 늘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크레딧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증권도 최근 보고서에서 “원화강세가 지속되고 하반기 전세계 수요 증가폭이 완만해도 올해와 내년 기업들의 실적이 전년대비 72%와 19%의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며 “최근 주가하락은 일시적인 것이며 소비관련주, 기초 소재주, 통신주를 중심으로 한국증시에 대한 하반기 낙관적 시각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현대증권 박상욱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올 상반기 지수 780선 상위에서 이미 많은 차익실현 매도를 한 만큼 추가로 대규모 순매도를 진행하기는 어렵다”며 “최근 주가하락으로 가격 메리트가 발생했고 외국인 매도공세가 둔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등을 염두에 두고 하반기 업종별 모멘텀을 활용해 순환장세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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