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가 관객몰이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중의 하나가 바로 탄탄한 조연들.그래서 이들은 4강 진출에 성공한 후에야 비로소 주목을 받기 시작한 대표팀의 이운재 골키퍼처럼 지난해를 고비로 이들에 대해 ‘평가절상’이 비로소 이뤄졌다.
그래서 고작 1,000 만원 내외를 받던 조연들이 5,000만원이상의 개런티를 받게 된 것도 바로 이런 분위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조연들의 움직임, 뭔가 이상하다. 조연들이 꼭 클론(복제인간) 같다.
‘친구’에서 감칠 맛 나는 코믹 연기를 보였던 정운택. 잘 생겨 부담스런 장동건, 폼이 너무 잡히는 유오성, 모범생 같은 서태화에 비해 정운택은 작은 키가 장점으로 보일 만큼 귀여운 연기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정운택은 조폭과 룸살롱을 벗어나지 못한다. ‘두사부일체’에서는 관객이 화날 정도로 정준호에게 룸살롱에서 머리통을 맞았다.
우정출연했다는 ‘뚫어야 산다’. 여기서도 그는 조폭의 졸개로 나와 여성을 보고 허리를 돌리는 이상한 포즈로 웃음을 자아낸다.
물론 그가 보이는 코믹 연기에 웃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그는 웨이터로 가장한 검사들이 나오는 ‘보스상륙작전’에서 검사로 나오지만 본연의 임무보다는 웨이터로 가장한 부분이 더 많은 듯하다.
‘파이란’에서 쇼트트랙 패러디로 인기를 모은 공형진의 행보도 심상찮다.
영화의 인기로 MBC 시트콤 ‘연인들’에 캐스팅되고, 인기도 얻었지만 ‘오버 더 레인보우’ ‘서프라이즈’에서 보인 틀에 박힌 캐릭터는 그의 잠재력을 생각하면 많이 부족하다.
‘신라의 달밤’ ‘주유소 습격사건’ ‘네발가락’에 나온 이원종 역시 연극판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다채로운 연기력에 비하면 자기 복제 성격이 심한 듯하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배우의 선택에도 문제가 있지만 그보다는 전작의 인기를 자기 영화에 끌어 들이려는 감독들의 계산속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잇단 조폭 영화, 코미디 영화가 크게 성공하면서 제작되는 양 자체가 늘어났고, 그래서 감독들은 전작에서 괜찮았던 배우를 그대로 끌어다 쓴다. 캐릭터가 익숙한만큼 안전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럴 거라면 왜 굳이 영화를 만들어야 할까.
카리스마 있는 조폭이 필요하면 ‘친구’의 유오성을, 포장마차에서 술 마시는 장면이 필요하면 ‘파이란’에서의 최민식을, 잘빠진 미남이 필요하면 ‘오버 더 레인보우’의 이정재 부분을 따다 붙이면 된다.
그걸 안 하는 것은 이것이 ‘영화’이기 때문이다. 무슨 영화(榮華)를 보자고 영화(映畵)를 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영화는 감독, 배우 그 자신이기 때문인 거, 아닌가?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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