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기업의 탈법적 경영 실태가 잇따라 드러나는 가운데 통신업체 월드컴이 사상 최대 규모의 회계 조작을 통해 순익 규모를 부풀린 사실이 밝혀지며서 미 경제에 일파만판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월드컴은 25일 내부조사 결과 2001년에 30억5,000만 달러가 자본지출 항목에 불법 계상된 데 이어 올들어 1·4분기에도 7억 9,700만 달러가 불법 계상 됐다고 말했다.이는 미국의 기업회계부정 사건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워드컴에 무슨 일이 있었나
월드컴의 혐의는 한마디로 장부 조작이다.월드컴은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5분기 동안 네트워크 장비 보수에 들어간 38억 달러의 비용을 지출로 적어야 할 것을 설비 투자를 한 것처럼 기재했다.정상적인 회계 처리로 대규모 손실을 본 사실이 노출될 경우 감수해야 할 주가하락과 투자 기피 등 경영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장부에 손을 댄 것이다.
결국 월드컴은 38억 달러 규모의 회계 부정을 통해 2001년에는 14억 달러,올 1분기에는 1억3,000만 달러의 순익을 올린 것처럼 발표,투자자들을 호도했다.월드컴이 2001년 및 올해 1·4분기 재무보고서를 전면 수정해 최대한 빨리 공표할 예정이라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월드컴의 회계감사를 맡은 감사인이 공교롭게도 엔론 사태로 존폐 위기에 처해 있는 아서 앤더슨이기 때문이다.이에 대해 아서 앤더슨은 월드컴에 대한 회계감사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준에 맞춰 이뤄졌다며 월드컴측이 '비용항목의 이전'사실을 사전 통보해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월드컴은 판매 커미션과 경영진 및 이사진에 대한 회사측의 대출,고개 서비스 계약 및 퇴사한 종업원들의 인사기록 및 조직체계 등에 대해 SEC로부터 전면조사를 받고 있다.조사 과정에서 사임한 전 최고경영자(CEO) 버나드 에버스가 자신의 주식투자 손실을 막기 위해 회사로부터 3억 6,600만 달러를 대출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충격을 던졌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회계 부정 소식으로 월드컴 주가는 25일 하루만에 57%나 하락했다.1월만 해도 15달러나 됐던 주가는 통신시장 침체와 증시 침체에 이어 기업 불신까지 겹치면서 장주에 26센트까지 폭락했다.26일에는 거래가 중지됐으며 주가가 계속 1달러 선을 밑돌면 나스닥 상장폐지에 이어 법정과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다급한 월드컴은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스콧 설리번과 수석 부사장 데이비드 마이어스를 퇴진시켰다.또 연간 9억 달러의 인건비 절감을 목표로 28일부터 1만7,000명을 감원키로 했다.이밖에 무선재판매 등 비핵심 사업과 불요불급한 자산을 매각하는 한편 현금배당 대신 주식배당을 하는 방법으로 현금 지출을 줄여 연간 2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4월29일 CEO로 취임한 존 시지모어는 "이번 사건으로 경영진이 충격을 받았다"면서 "엄격한 윤리 기준에 맞춰 회사를 뿌리부터 개혁할 각오"라고 말했다.
■어떤 회사인가
월드컴은 1983년 머레이 월드론과 윌리엄 렉터가 LDDC로 불리는 할인장거리 통신서비스를 구상하면서 태동했다.85년 초기 투자가였던 버나드 에버스가 CEO로 취임한 이래 인수·합병에 본격 나서면서 회사 이름을 월드컴으로 바꿨다.98년에는 MCI커뮤니케이션스 등과 400억 달러에 이르는 합병에 성공,한때 주당 62달러,시장가치만 1,153억 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통신회사로 급부상했다.에버스는 4월30일 임의 대출 건과 관련,사임했다.
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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