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미국 내 한국학 연구자의 의견을 전달해 줄 생각입니다.”미국 학계 한국학의 대부로 알려진 제임스 팔레(67) 전 워싱턴대 교수가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원장으로 부임한다.
그는 동아시아학에 관한 학제적 연구를 하고 있는 국내 학술기관에서 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책임자 자리를 맡아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팔레 교수는 “학부를 마친 뒤 군사언어학교에 들어가 우연히 한국어반에 지원한 것이 계기가 돼 1957년부터 1년간 영등포, 의정부 등지에서 군 복무를 하면서 한국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국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지난해 말 사망한 에드워드 와그너 교수에서 팔레로 이어지는 학맥은 ‘팔레 사단’이라고 불릴 정도로 미국 학계에서 영향력이 크다.
시카고대 브루스 커밍스 교수,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 등이 그의 제자다.
팔레 교수는 “처음 한국학 연구를 시작했을 때는 동료 학자가 5명에 불과했지만 현재 미국 내에서는 하버드대, 컬럼비아대, 미시건대, UCLA 등 여러 명문 대학이 한국학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며 미국 내 한국학 연구 열기를 소개했다.
대원군 연구로 68년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17세기 조선의 대표적 실학자인 유형원에 관한 연구논문 등을 발표한 팔레 교수는 “특히 조선의 실학사상이 정치ㆍ경제 제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5년 전 ‘조선 후기 사회는 노예제 사회였다’는 주장을 펼쳐 국내 학계에서 정체론자로 평가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팔레 교수는 “조선 후기 사회는 정체에 빠진 것이 아니라 분명히 상당한 경제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 발전이 자본주의의 맹아를 싹틔우는 정도로까지는 가지 못했다는 주장이었다”고 설명했다.
팔레 교수는 2학기부터 동아시아학술원에서 ‘조선시대사 해석상의 문제점’을 주제로 한 강좌도 맡을 예정이다.
그는 “44년 동안 얻은 한국학 연구 결과를 한국의 학자, 학생들과 논의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원장 취임식은 27일 오전 11시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다.
글 김영화기자
사진 조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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