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와의 차별화’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온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26일 ‘탈(脫) DJ’에 적극 나설 뜻을 강하게 시사해 주목된다. 노 후보가 이를 가시화할 경우 청와대와의 관계에 적신호가 울림은 물론 당내 동교동계와의 일전(一戰)도 피할 수 없게 돼 큰 파장이 예상된다.노 후보는 이날 서울 YMCA에서 가진 시민단체 지도자들과의 ‘부패추방을 위한 간담회’에서 대통령 아들들 문제 등에 대한 민주당의 미온적 대응에 대해 참석자들이 호되게 질책하자 “지도자의 결단 문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 처지에서 정치를 계속하려면 이 결단을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나는 남보다 우유부단 하지 않고 각오는 돼 있으나 현실적 제약 때문에 (결단을) 주춤거렸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김대중 대통령이) 불행한 대통령이 되지 않도록 단호한 조치를 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결단이 서지 않으면 차라리 후보를 그만두는 것이 낫다”고까지 말했다.
노 후보는 ‘지도자의 결단’에 대해 “제도적 문제가 아닌 현안에 대한 결단을 말하는 것“이라며 “검찰의 법적인 수사와 별도로 민주당이 구조적, 능동적으로 정치적, 도덕적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앞서 노 후보는 “지금은 (DJ 아들들) 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판단해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정치적 책임과 인간적 도리가 분리되지 않아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핑계만 대고 있을 상황은 아니어서 나름대로 준비 중”이라고 밝혀 복안이 있음을 비쳤다.
노 후보가 이처럼 탈 DJ 문제에 대한 입장 변화 의사를 밝힌 것은 “8ㆍ8 재보선을 위해선 결단이 필요하다”는 당 안팎의 높은 압력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 김홍일 의원 탈당 문제 등을 둘러싸고 계속되고 있는 당내 논란을 방치하기보다는 조기에 정치적 매듭을 짓는 쪽으로 상황을 정면돌파하는 게 정치적으로 더 득이 많다는 계산을 했을 수도 있다.
노 후보가 앞으로 내놓을 탈 DJ 방안에 대해 측근들은 “부패 문제에 대한 현 정부의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추궁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매듭 짓는 게 필요함을 지적할 것”이라고 밝혀 청와대와 구체적으로 각을 세워 나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시민단체 인사들은 “각종 게이트가 나오고 최고 권력자의 자녀 문제가 나오는데 왜 집권당의 한 사람도 제대로 비판하지 못했느냐” “대통령 후보는 인정에 매달리지 말고 우리 역사를 위해서라도 엄중하게 추궁해야 한다”는 등의 비판적인 발언들이 속출했다.
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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