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마음속에 월드컵은 25일 밤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스 히딩크 감독에겐 그렇지 않다. 그의 벤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3,4위전은 그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4년 전 프랑스 월드컵에서 그는 조국 네덜란드 대표팀을 4강까지 이끌었다. 3,4위 전에서 크로아티아에 졌다.
신예 크로아티아는 프랑스 대회 최대 이변의 주인공으로 전세계 축구 팬의 가슴을 울렸다.
히딩크 감독은 그 때 일을 잊지 못할 것이다. 결승전에는 못 미쳤지만 자신과 한국의 존재를 다시 한번 세계축구 팬에 알릴 기회가 남았다.
■2002년 6월 29일 밤 10시 20분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을 히딩크 감독은 아마 자신의 벤처가 끝났다는 신호로 생각할 것이다.
그는 복받치는 감정을 스탠드를 꽉 메운 4만 명의 붉은 악마를 향해 ‘이별의 세레머니’로 장식할 것이다. 그는 느낄 것이다.
그의 벤처사업 ‘한국축구’를 성공시키는 데 붉은 악마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가를. 그날 분출하는 감정에 따라 즉흥적인 몸짓이 나올 것이다. 특유의 어퍼커트일까. 양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는 것일까.
■2000년 가을 월드컵을 18개월 앞두고 축구협회가 외국감독 영입물색에 나섰을 때 히딩크에게 한국축구는 불확실한 투자 대상이었을 것이다.
알 수 없는 동양의 나라, 프랑스월드컵에서 화란에 5대0으로 곤욕을 치른 축구후진국 등 위험부담이 컸다. 반면 월드컵 개최국이면서 월드컵 5회참가에 1승도 못 올린 것은 매력이었을 것이다.
영입협상에서 “한국 선두들은 연습도중 나무로 올라가라면 올라가느냐”는 그의 질문에 협상 팀은 “속으로 불평하지만 일단 올라간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선수들의 순수함을 전해 듣고 히딩크는 협상에 진전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그의 논평은 “화란팀은 골치 아픈 팀이다. 아무도 나무에 올라가지 않고 이유가 뭐냐고 따진다”고 말했다고 한다.
히딩크의 벤처는 그만이 가진 팀 관리기술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축구협회 지도부의 신뢰가 있었고 선수들의 순수함이 있었기에 성공했던 것이다.
히딩크는 성공한 벤처의 본보기이다. 경영학 교과서의 케이스 분석사례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그것은 히딩크에 투자한 우리의 벤처성공 사례이기도 하다.
김수종 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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