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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525)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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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525)김현

입력
2002.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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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6월27일 문학평론가 김현이 48세로 작고했다. 그가 전남 진도에서 얻은 육신은 경기도 양평에 묻혔다. 김현의 본명은 김광남(金光南)이다.서울대 불문학과에 재학 중이던 1962년에 ‘나르시스 시론’을 ‘자유문학’에 발표하며 등단한 그는 때이른 죽음을 맞기까지 30년 가까운 글쓰기를 통해 한국 문학이 일찍이 목격한 바 없는 아름답고 웅장한 비평의 성채를 쌓았다.

‘자유주의 문학’ ‘부르주아 문학’ ‘심리주의’ ‘인상비평’ ‘세대론적 인정 투쟁’ ‘소시민의 닫힌 세계관’ ‘해외 문학파’ ‘문학권력의 탁월한 조직자’ 등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썩 부정적인 함축을 지닌 딱지들이 생전과 사후의 김현에게 붙여졌다.

그리고 김현의 글 여기저기에는 그 부정적 딱지들이 터무니없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신의 흔적들이 새겨져 있기도 했다.

그러나 김현은 이 모든 허물을 사소하게 만들만한 열정과 감수성으로 작품과 함께 몽상하고 통정하며 한 시대의 문학적 지도를 그려냈다.

고산자(古山子) 김정호(金正浩)가 땅 위를 걸었던 열정으로 김현은 마음의 공간을 걸었고, 그래서 그가 만든 지도는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 이래 기계의 힘을 빌지 않고 만들어진 가장 정교하고 믿음직한 지도가 되었다.

“내 마음의 움직임과 내 마음을 움직이게 한 글을 쓴 사람의 마음의 움직임은 한 시인이 ‘수정의 메아리’라고 부른 수면의 파문처럼 겹쳐 떨린다”는 그의 고백대로, 김현 비평은 높은 자리에서 작품을 지도하기보다 그것에 바짝 다가가 다정스레 입맞추었다.

그 입맞춤은, 설화 속에서 왕자의 입맞춤이 잠자는 미녀를 깨우듯, 작품에 생기를 부여하고 의미를 증폭시키며 속살을 드러냈다. 김현은 작고하기 직전 한국일보사가 주관하는 팔봉비평문학상의 첫 수상자로 선정됐다.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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