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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 부시, 두뇌보다 근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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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 부시, 두뇌보다 근육?

입력
2002.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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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앉아 바삭바삭한 과자와 함께 캐러멜 커피를 홀짝홀짝 들이키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최근 TV를 통해 몸에 해로운 음식 대신 야채와 저지방 다이어트식을 권하고 있는 부시를 지켜보면서 나는 네가지 질문을 떠올렸다.미국 역사상 가장 건강에 열성인 대통령이 왜 종종 기력이 모자라는 모습을 보이는지?

80㎏이 넘는 역기를 거뜬히 드는 사람이 강건하기보다 오히려 왜소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유는 왜 일까? 한 공화당원은 그 모습을 두고 “의자가 그를 삼킬 것 같다”고 측은해 하기도 했다.

자극받을 기회가 무한한 자유 세계의 지도자란 사람이 왜 아침 조깅 시간에만 진실로 기분 좋아 보이는지?

정녕 부시와 그의 참모진이 체육관을 떠나 중동 평화정책을 확정할 수 있을지?

부시 대통령은 당초 지난 주 중동 평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즈음 이스라엘에서 또다른 자살폭탄 공격이 일어나자 발표는 연기됐다.

부시가 진정 살상을 멈출 계획을 지니고 있었다면 왜 그 계획이 또 다른 살상에 의해 멈춰져야 했을까?

부시 대통령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정기적인 운동을 미루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무장괴한이 백악관 뜰에서 총을 쐈던 날 아침에도 러닝머신 위에 있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도 그랬다. 심지어 그는 에어포스원 안에서도 달리기를 한다.

비행기 안에 설치된 러닝 머신 위를 달리며 각도 조절 버튼을 꾹 누르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거의 우주인 수준 아닌가?

운동에 열중할 때 부시 대통령은 뉴스도 보지 않는다. 대신 건강 채널을 즐겨본다.

전세계 구석구석에서 재규합하고 있는 테러조직,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변화를 거부하고 계속 안주하려는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 등등.

아마도 그는 미처 다 감당하기 힘든 일을 앞에 늘어 놓고도 가슴, 엉덩이, 넙적다리, 어깨 근육 등 감당할 만한 몇가지에 시간을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부시가 개각이 불필요하다고 선언한 바에야 개각 문제에 대한 설명은 기대할 것도 없다.

이것은 얼마 전 대통령에게 “대통령은 미국의 강인함(근육)을 보여줘야 한다”고 요청했던 미 국방부의 의도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20일 열린 백악관 건강 박람회에서 부시 대통령은 “나는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정신적인 명민함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 순방을 나선 대통령의 체력이 어쩌면 그렇게 허약할 수 있는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틀에 걸쳐 자정까지 지낸 뒤, 파리에 도착한 부시는 완전히 지치고 괴팍하게 보였다.

매일 밤 9시30분에 정확히 취침하고 그토록 운동에 매달리는 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모든 회사에서 부하들은 비위를 맞추기 위해 곧잘 상사의 취향을 따르곤 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지난 주말 400여 백악관 직원들은 부시와 함께 조깅을 했다.

백악관의 체육센터는 24시간 땀냄새로 가득차 있으며 직원들은 카페인과 알코올을 줄이고 우유와 하루 3리터씩의 물을 마시고 있다고 말한다.

부시는 언젠가 친구에게 “언제 내 안의 ‘뚱뚱한 놈’이 튀어나올까 무서워 차라리 헬스 클럽의 쥐가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는 왜 그 안의 ‘명석한 놈’의 위기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을까?

지금 대통령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정보기관에서 올라오는 자료를 열심히 연구하는 학술적 분석가의 모습이다.

비록 그가 두꺼운 안경에 조금은 날렵하지 못한 체형을 지녔더라도 말이다. 물론 균형잡힌 신체는 보기 좋다. 그렇다면 균형 잡힌 정신은 어떤가?

/NYT신디케이트=뉴시스

모린 다우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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