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다음날인 14일부터 서울강남구 거리 여기저기에는 강남구청장 당선자가 당선사례로 내건 현수막들이 펄럭이고 있다.“고맙습니다. 부~자 되세요”라 쓴 현수막들이다. 이제까지의 많은 당선사례 현수막들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각오를 다지는 것이었던 데에 비하여 이 현수막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자가 많다는 거리의 유권자를 향하여 더 부자가 되라고 기원(祈願)하고있다.
선관위(http://home.nec.go.kr/news)에 따르면 당선자는 선거 후 유권자에게 금품, 향응을 제공할 수 없고 광고도 할 수 없지만, 마음대로 구성한 인사말을 적은 현수막은 어떤 크기로 몇 개를 걸든, 또 얼마 동안 걸든 허용된다.
“부~자 되세요”라 적은 현수막을 여기저기 내붙인 것은 그러니 위법은 아니다.
위법은 아니지만 “부~자 되세요”라는 당선사례 인사말이 인사말로 합당할까를 생각하게 된다. 14일째 강남의 여기저기에 나붙어 낮에도 밤에도 펄럭이는 그 현수막들은 문제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 현수막을 처음 보았을 때는 그저 우스운 인사구나 싶었다.
올 연초 “여러분~, 부자 되세요. 꼭이오”를 외친 BC카드 광고가 히트를 했고 젊은 네티즌들이 ‘부자 되세요’를 신년 초에 주고 받기 적당한 덕담으로 꼽았다는 기사들이 생각나면서, 경박한 유행어를 차용하여 한 번 써본 현수막이지 했다.
그러나 이웃과 친지들이 말하는 것처럼 “부~자 되세요”는 정치가의 당선인사말로 적당하지 않다.
어린 아이에게 부자가 되는 법을 일러주는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가 미국에서는 99주째, 한국에서는 몇 십 주째 베스트셀러이며 미국의 증권회사 메릴 린치가 매해 ‘세계의 부자 보고서’(www.ml.com/about/press_release/06172002-1_us_grew_pr.htm)를 발표하면 정신없이 인용해대는 세상이지만 정치가의 당선 첫말은 당연히 할 일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또, 덕담은 덕담일 뿐이어서 부자 되라고 부자 될 리 없는 줄 알면서, 인심 좋은 척 표를 준 유권자는 부자 되라고 기원하는 당선자는 지방정치를 믿고 맡기기에 너무 얄팍해 보인다.
정치가의 할 말과 안 할 말은 구별되어야 한다. “‘많은 강남구민이 강남에 사는 것이 자랑스러워요, 이사 가지 않길 잘 했어요’ 라고 말한다”고 보고하는 이 단체장은 지역특권의식을 자주 내보여 그렇지 않아도 걱정이었다. 타 자치구 단체장들이 그를 모방할까 또한 걱정이고 그의 소속정당 한나라당은 이런 그의 당선인사 말을 어떻게 생각할까 문득 궁금하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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