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사라지고….’ 미국 시장의 난기류와 국내 증시의 수급불안으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대로 무너지는가”하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특히 5월부터 일부 주변주를 중심으로 시작된 주가 조정양상이 업종을 대표하는 핵심 블루칩과 대장주로까지 확산되면서 대세 상승에 대한 확신마저 흔들리게 하고 있다.투자 전문가들은 일단 대홍수의 큰 강물에서 빠져 나와 강둑에 서서 빗줄기의 굵기와 구름의 흐름, 전체 일기도를 한번 바라볼 것을 권하고 있다. 현대증권 변준호 연구원은 26일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속해 있는 업종의 시장 환경에 어떤 변화가 생겼고 하반기 전망은 어떤지 짚어보고, 반등에 대비한 종목 선정의 적정성 여부를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C재고 증가와 IT 침체
올 1분기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PC업체들이 2분기 이후 세계 PC시장의 회복을 점쳤다. 하지만 컴퓨터 대체 수요 부진과 계절적 비수기가 겹치면서 오히려 PC재고는 더 증가했다. 미국 기업들의 IT관련 투자가 여전히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컴퓨터와 전자부품주의 주가하락을 부채질했다.
전자부품업계의 리더인 일본 무라타사의 5월 주문액은 전월보다 5~10%정도 감소했고 국내 PC업체들의 상반기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0%가량 감소할 것으로 잠정집계 됐다. 교보증권 송민호 연구원은 “컴퓨터와 전자부품 등은 3분기까지 보수적 접근이 바람직해 보인다”며 “하반기의 회복 강도도 기존의 예상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화학ㆍ철강의 고군분투
최근 주가 조정기에 석유화학과 철강ㆍ비철금속 등 소재주들의 선전이 돋보였다. 이들 종목은 폭락장 속에서도 하방경직성을 유지해왔지만 하반기 전망은 엇갈린다. 석유화학업종은 PVC등 제품가격 상승과 설비증설, 산업건자재부문 등의 수요 회복으로 이익 증가가 계속돼 LG화학과 호남석유화학의 경우 종전 투자의견이 유지됐다.
반면 철강과 비철금속은 철강수입 규제로 촉발된 가격 상승세가 어느 정도 정점에 이르면서 상승탄력이 둔화되고 있다. 고려아연 등 일부 종목은 원화절상에 따른 수익성 둔화 우려가 주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자동차 흐림 홈쇼핑 맑음
자동차도 미국경기 회복 지연과 원화절상으로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고, 미국 소비가 위축되는 반면 업체들의 판매비용은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반면 홈쇼핑과 도소매 등 내수업종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월드컵 붐으로 6월 한달간 주춤했지만 주5일근무제 확대로 할인점과 홈쇼핑고객의 증가가 예상됐다.
대우증권 황준현연구원은 “현재 시장의 대폭락은 해외변수에서 시작됐지만 그 여파가 각 업종의 영업환경에 실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주식시장은 이를 선반영한다”며 “시장 추세의 전환이 지연되고 있는 만큼 투자의견이 하향조정된 업종은 매수를 고려할 시점도 다소 늦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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