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스피드+팀워크+투혼.’해외 언론들은 월드컵 사상 가장 아름다운 4강 신화를 창조한 한국 축구의 승리 방정식을 4개의 키워드로 풀어내고 있다.
전세계 축구 팬들에게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준 한국 축구는 더 이상 물량 공세로 달려드는 ‘벌떼 축구’나 상대 선수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태권도 축구’가 아니었다.
몇몇 스타플레이어의 화려한 개인기에 의존하는 아트 축구나 삼바 축구와는 근본적으로 거리가 멀고 그렇다고 ‘메이드 인 네덜란드’ 수준의 토털 사커로도 설명이 부족하다.
기적과 이변의 역사를 기록한 외신들은 한국 축구에 대한 놀라움을 ‘압박 축구’ ‘파워축구’, ‘한국식 축구’라는 신조어들로 표현했다.
■파워와 스피드로 축구 강국을 압박한다
한국의 결승행이 좌절된 뒤 외신들은 한국이 4강 신화를 통해 축구 강국을 꿈꾸는 세계 여러 나라들에게 새로운 축구의 전범을 보여주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의 TF1 TV는 한국의 4강 진출은 운이나 홈그라운드 이점 덕분이 아니라 실력에 의한 것이며 이를 통해 한국이 신흥 축구 강국으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축구의 하드웨어는 파워와 스피드다. 4일 대 폴란드 전을 지켜본 외신들은 90분 내내 그라운드를 장악한 한국 축구의 카리스마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한국의 플레이는 놀랍게도 시간이 갈수록 더욱 잘하고 더욱 빨라지고 더욱 날카로워졌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한국의 스피드와 파워는 포르투갈 전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영국의 BBC 방송은 “포르투갈이 지칠 줄 모르는 한국의 스피드와 파워에 크게 당황해하면서 게임을 망쳤다”고 전했다.
일본의 아사히 신문도 ‘한국 파워 바닥을 모른다’라는 기사에서 “떨어지지 않는 스피드와 끝까지 버틴 체력이 한국팀에 승리를 가져다 주었다”고 평가했다.
전세계 축구 팬들은 한국의 공격수들이 보여주는 빠르고 힘이 넘치는 강력한 압박 축구에 견딜 팀은 지구상에 없을 것이라고 놀라워했다.
한국의 요코하마행이 좌절되자 외신들은 두 번의 연장전을 치르느라 소진된 한국 팀의 체력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미국의 스포츠전문채널 ESPN은 25일 마술 같은 질주를 통해 갈수록 강해졌던 한국이 독일 전에서는 지나친 체력 소모로 그런 강인함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전했다.
파워와 스피드는 멀티플레이어를 축으로 전개되는 토털 사커의 쌍발 엔진이다. 4강 신화를 지켜 본 프랑스의 르몽드는 에메 자케 전 프랑스 감독의 말을 인용, “한국 선수들은 끝없이 움직이고 운동장의 전 공간을 완벽하게 활동하면서 상대팀을 숨이 막히도록 압박했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교도 통신은 “중원을 생략한 채 롱패스를 통한 치고 달리기 형에다 거친 맨투맨 수비를 특징으로 하는 전근대적인 축구에 머물러 있던 한국 축구가 멀티플레이어들이 공수의 균형을 잡고 중원부터 장악해 들어가는 훌륭한 축구로 변신했다”고 전했다.
■팀플레이와 순수한 열정이 세계에 감동을
그러나 정작 전세계 축구팬들을 매료시킨 것은 파워와 스피드가 아니었다. 자신보다 전체를 위해 뛰는 팀플레이와 불굴의 투혼은 상업주의와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세계 축구에 신선한 감동을 안겼다.
독일의 빌트지는 25일 “독일 전에서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성과는 이번 월드컵에서 개인 플레이를 하는 유럽 팀을 한국형 팀플레이로 꺾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 타임스는 24일 샤킬 오닐의 LA레이커스, 랜디 존슨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등 돈 많은 팀이 우승하는 데 익숙해진 미국팬들에게 한국 팀의 선전은 옛날식 팀워크가 무엇인지를 일깨워줬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한국은 엔트리 23명 중 16명이 한국의 K리그에서 뛰고 있다면서 “빼어난 스타가 없는 한국이 팀워크와 조직력으로 스타플레이어들이 포진한 유럽 강호들을 잇따라 격침시켰다”고 소개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은 두 번의 연장전과 한 번씩의 극적인 역전승과 무승부를 이끌어내는 명승부를 연출해냈다.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결코 포기하거나 스스로 좌절하지 않는 한국 선수들의 모습은 전세계 축구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한국 축구의 매직은 순수한 열정이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25일 “지난 몇주 간 한국의 이미지보다 더 인상적인 이미지는 없었다”며 “정직함과 열정, 그리고 선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경기하는 축구를 통해 한국팀은 지치고 돈독이 오른 낡은 축구의 속임수를 벗겨버리고 축구에 새로운 생명과 영혼을 선사했다”고 전했다.
가디언도 “한국 선수들은 상대방 선수들과 비교할 때 너무나 정직하게 경기를 해 히딩크 감독이 선수들을 더욱 거칠게 만들어야 한다고 느낄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국의 투혼은 아시아, 특히 일본 축구에 또 하나의 화두를 던졌다. 26일 마이니치 신문은 “한국은 아시아 국가로 첫 결승 진출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승부혼을 보여줬다”며 “한국 축구는 역시 정신력이 강했다”고 전했다.
홍콩의 일간지 명보는 “한민족은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쉽게 타협하지 않고 단결력이 매우 강해 온 민족이 한마음이 된다”며 불굴의 민족성이 4강 신화의 밑거름이 됐다고 전했다.
한국 축구의 신화 뒤에는 명장 히딩크가 있었다. 외신들은 히딩크 감독이 지연과 혈연, 엄격한 위계질서 등 한국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관습을 깨뜨리고 과학적인 훈련을 도입하고 신념을 심어준 것이 4강 신화의 원동력이 됐다고 전했다.
꿈은 이루어진다. 뉴욕 타임스는 25일 이번 월드컵을 통해 한국 팀은 무엇이든지 노력하면 가능해진다는 평범한 진실을 전세계 축구팬들이 믿을 수 있게 했다고 전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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