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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의 I LOVE WORLD CUP] 잔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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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의 I LOVE WORLD CUP] 잔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입력
2002.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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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당당한 패배였다. 한국대표팀은 25일 월드컵을 세 번이나 제패했던 ‘전차 군단’ 독일에게 1-0으로 석패, 요코하마로 날아가 FIFA컵을 가져오겠다던 호방한 포부를 접어야 했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줬다. 우리는 ‘월드컵 4강’의 자격이 충분한 팀이라는 것을.이날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으로 가는 길은 완전히 붉은 물결이었다. 지하철 안에서도 조용한, 그러나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그때 어느 아주머니 한 분이 입을 열었다. “아니, 처음에는 16강만 가도 하느님이라고 하더니 아직도 더 이기란 말야. 선수들이 불쌍하지도 않아. 이만하면 됐지.” 지극히 옳은 말씀이었지만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요코하마까지는 가야죠.”

경기가 시작되자 독일이 거칠게 압박하며 밀어 붙였다. 우리 선수들도 뜨겁게 맞붙었다. 경기는 빠르고 격렬하게 진행됐다. 독일의 힘과 높이, 우리의 조직력과 스피드가 치열한 맞대결을 벌이는 양상이었다. 독일의 공격은 화려하진 않았지만 매우 위협적이었다. 독일이 고공 폭격을 감행할 때마다 우리 수비진은 그야말로 몸을 날려야 했다. 황선홍, 이천수, 차두리를 앞세워 측면 돌파를 노렸던 우리 공격은 미드필드에서 나가는 전진 패스가 정확하지 않아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후반 30분 단 한 번의 실수로 승부가 갈렸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나가는 패스가 끊기면서 오른쪽 돌파를 허용, 발락에게 결승골을 내준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극한적인 상황에서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있을 것인가. 단 한 번의 실수를 골로 연결시킨 독일의 집중력을 칭찬할 수밖에. 남은 시간 동안 우리 선수들이 필사적인 공격을 감행했지만 경험의 차이일까, 굳게 닫힌 독일의 수비벽은 열리지 않았다. 후반 45분 박지성의 결정적인 슈팅과 함께 황홀했던 ‘한 여름밤의 꿈’도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진다는 것은 언제나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경기가 끝난 뒤 허탈한 모습으로 주저앉아있던 우리 선수들은 “대~한민국”을 외쳐대는 축구팬들의 함성에 다시 일어나 당당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실망한 건 사실이지만 후회는 없다. 아직 월드컵 경기가 더 남아 있으므로 빨리 (정신적 육체적으로) 회복하여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

그렇다. 월드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 선수들의 질주도 아직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내 ‘한 여름밤의 꿈’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강석진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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