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둘러싼 삐딱한 우스개소리 하나. “축구를 잘 하면 국제통화기금(IMF)의 통치를 받는다.” 남미 축구의 강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그리고 북중미의 멕시코 등을 빗댄 얘기다.한국 축구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세계를 경탄시킨 신화를 낳으면서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부풀었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는 한국팀 16강 진출의 직ㆍ간접적 경제 효과를 18조원으로 분석했고,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한 대기업은 8강 진출 확정 이후 자사의 홍보 효과가 5조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굳이 이 같은 계량적 분석이 아니라도 앞다퉈 ‘붉은 악마’에 대열에 동참한 우리나라 국민들은 하나같이 “월드컵이 한국 경제 발전의 훌륭한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잔뜩 고무돼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고, 또 잠재적 국가역량을 드높였다는 점에서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는 무궁무진하다. 게다가 우리 국민들에게 심어준 자신감과 공동체 의식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앞의 우스개소리를 되씹어봐야 한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월드컵의 영원한 우승 후보라고 해서, 또 터키와 세네갈이 이번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켰다고 해서 이들 국가가 경제 강국으로 인식될 리는 만무하다. 88올림픽의 열기가 한달만에 ‘5공 청문회’등 정치사안에 묻혀버렸던 아픈 경험도 있다.
전세계가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축하하고, 한국팀이 놀라운 쾌거를 이룩한 지금부터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월드컵 효과의 결실을 거둬들이는 구체적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아무리 수비수와 미드필더들이 훌륭한 기회를 만들었다 해도 스트라이커가 골 문 앞에서 일찍 흥분해 냉철함을 잃는다면 허사다.
이영태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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