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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왜 나무만 보고 숲은 못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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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왜 나무만 보고 숲은 못보나

입력
2002.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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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한달간 우리는 태극전사들이 푸른 잔디밭을 누빌 때마다 환희의 눈물을 흘렸다.변방 국가의 주눅을 벗어 던지고 세계 일류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해 울었고, 지역과 계층, 세대로 찢겨져 있던 우리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해 울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하나됨의 감동에 동참하지 못하는 곳이 있다.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의 민주당이다.

선거 참패의 책임을 물어 후보를 즉각 교체해야 한다는 세력과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당으로 재보선을 치러야 한다는 세력이 팽팽히 맞서다 일시적인 봉합은 하였지만, 재보선 이후 다시 내홍에 빠져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양 세력의 주장이 모두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권력분립의 원칙을 무시한 발상에서 나온 것으로 어느 것도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방선거와 중앙선거를 나눠 치러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중앙의 권력으로부터 지방의 권력을 분리시키기 위해서이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나누어 실시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행정권과 입법권을 분리하기 위해서이다

. ‘절대권력은 절대부패 한다’는 역사적 교훈 아래서 민주국가들은 국가 권력을 나눠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있는데, 권력을 나누는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은 이렇게 선거를 나눠 실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방선거도 국회의원 선거도 모두 대통령 후보에 대한 신임을 묻는 선거로 끌고 간다면 선거의 분리를 통해 권력을 분산시키겠다는 메커니즘은 더 이상 작동하지 못한다.

선거 이후 당선자들은 대통령후보 덕에 당선되었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는데, 이것은 중앙정치가 지방을 지배하고 행정권이 입법권을 지배하는 상황을 초래해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권력집중 현상을 낳게 된다.

따라서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를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으로 몰고 가는 그간의 정치적 관행에서 벗어나 각 선거가 고유의 선거구민으로부터 고유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과정임을 인정하도록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어떠한 개헌을 하여도 권력집중의 폐해를 막을 수가 없다. 또 지방선거나 재보선 책임을 물어 국민경선으로 뽑은 대통령 후보를 교체하겠다는 권력분립의 원칙을 허무는 발상은 중지되어야 한다.

동시에 경선을 포기하고 중앙당에서 후보를 공천하겠다는 ‘3김’식 정치로의 회귀 움직임도 중지되어야 한다.

대통령제는 임기를 보장하는 대신 의회와 대통령 선거를 분리시켜 권력을 분산시키는 체제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국회의원 선거의 공천권을 갖는다면 의원들은 대통령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고 의회는 대통령을 견제할 수 없다. 그 결과는 우리 헌정사를 얼룩지게 했던 권력내부의 붕괴로 이어진다.

따라서 민주당은 공천의 민주화를 통한 당내 민주주의의 확보가 대통령제가 원래 의도했던 권력분산을 이루는 지름길임을 명심하고, 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중대한 정치개혁의 시도인 국민경선제를 국회의원 후보 공천에까지 확대 적용하여야 한다.

경선후유증이 지방선거 참패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것은 나무만 보고 산은 보지 못한 주장이다.

IT로 무장한 지금의 유권자들은 현재의 지구당이 위원장의 친인척이나 조직 브로커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지구당에서 치러지는 경선에 대해서는 ‘그들만의 잔치’로 냉소하는 것이다.

그러니 지구당의 문을 활짝 열어 감동과 참여에 목말라 있는 국민이 함께 하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IT산업에서 연예사업에 이르기까지 5대양 6대주를 누벼야 할 우리 태극전사들을 어떻게 응원해야 할 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줘야 한다.

아울러 현재의 정당법과 정치자금법, 선거법은 ‘3김’식 정치구조를 반영하고 있으므로 국민경선제와 같은 새로운 장의 정치를 펼치기에는 너무 낡았다. 조속히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김민전 경희대 국제지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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