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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공한증과 프라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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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공한증과 프라이드

입력
2002.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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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자부심(Pride of Asia)이라는 말이 화제다.아시아 국가 중 우리 팀이 유일하게 월드컵 8강에 진출한 이후 경기장에 카드섹션으로 등장한 단어다.

우리 응원단이 만든 것이지만, 이 말에는 유럽과 남미세가 주름 잡는 세계 축구계에서 선전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에게 보내는 아시아인들의 박수 갈채가 담겨있다. 근세기 이후 아시아가 언제 세계사에서 주목 받은 적이 있었던가.

■한국 축구의 수직 상승은 아시아에 대한 서구의 우월주의를 단 번에 날려버린 쾌거였다.

불꽃 같은 투혼과 지칠 줄 모르는 무쇠 체력으로 유럽의 강호들을 차례로 거꾸러뜨리는 한국에게서 아시아인들은 크나 큰 대리만족을 느꼈다.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가 세계화에 맞서 아시아적 가치의 소중함을 강조했을 때, 공감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식민 통치의 어두운 기억을 가진 대부분의 아시아인들은 한국 축구의 승승장구에서 잃었던 자존심을 회복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중국과 대만의 반응은 차갑다 못해 생트집 수준이다. 중국 북경 청년보는 “세계 축구의 공한증(恐韓症)은 심판의 편파 판정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한국과 이탈리아 전에 대해서는 “심판이 이탈리아를 목졸라 살해했다”는 자극적인 제목까지 뽑았다. 한류 열풍이 휩쓸고 간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기뻐하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반대로 중국이 승승장구할 때 우리나라가 진심으로 환호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해보면 그 반응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 일본의 반응은 월드컵 공동개최국 답게 표면적으로는 환영 일색이다. 마이니치(每日) 신문은 한국이 스페인을 꺾자 ‘1억이 한국을 응원하고 있어요’라는 제목을 아예 우리말로 달았다.

일본의 ‘붉은 악마’ 울트라 닛본은 도쿄 요요기(代代木)국립 경기장에 모여 한국-독일전을 보면서 한국을 일방적으로 응원했다.

그러나 모든 일본인의 심정이 한결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 축구 해설가의 말처럼 ‘유감이고 부럽고 분하다‘는 말이 혼네(本音ㆍ본심)에 가까울 것이다.

월드컵 이후 주변국의 공한증을 해소 시키고 아시아의 프라이드를 살려 나가는 일이 큰 과제다.

이창민 논설위원

cm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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