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회의장을 자유투표로 선출키로 합의한 것은 경위야 어떻든 낙후된 우리정치에서 진일보한 조치다.합의에는 원 구성을 하지 못해 뇌사상태에 빠진 식물국회를 더 이상 방치 할 경우, 쏟아지는 비난을 감내할 길이 없다는 현실이 우선 작용했다.
한나라당은 과반의석(132석)을 확보한 원내 제1당으로서의 책임을 느꼈을 것이고, 민주당은 과거 여당의 프레미엄을 계속 요구할 수 없는 수(數)의 열세를 인정해야만 했다.
여야는 월드컵의 잇단 승전보로 국민통합의 분위기가 어느 때 보다 고양되고 있는 마당에 원 구성도 못하는 초라한 정치권의 모습이 두려웠을 것이다.
국회가 자유투표 합의로 가까운 시일내에 정상가동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부의장 문제와 상임위원장 배분 등 고질적인 밥그릇 싸움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등 떠밀려 마지못해 합의한 자유투표지만 그 취지는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개정된 국회법이 도입을 명기한 자유투표(Cross Voting)를 일반 의안에도 확대하는 게 바람직 하다.
지난 2월에 개정된 국회법 114조 2항은“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돼 있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지만 이 조항을 도입하는 데는 50년 이상이 걸렸다.
자유투표의 활성화는 우리 정치의 고질인 정당간 소모적 정쟁을 다소 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어느 때보다 당리당략이 기승을 부릴 16대 후반기 국회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 받고 있다.
정치권은 이 요구에 부응해야 하며, 자유투표의 확대는 이를 위한 조그만 첫 걸음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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