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짱을 끼고, 뒷짐 지고, 벤치 지붕에 어깨를 기대고…. 벤치 앞 거스 히딩크 감독의 천의 모습은 25일 독일전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그는 늘 그랬듯이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엄하게 선수들을 대했다.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이날 한 가지 준비된(?) 제스처를 여러 차례 사용했다. 바로 심판 판정에 대한 반응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이날 홈 텃세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확인시키기라도 하듯 계속 심판판정에 직접 이의를 제기했다. 고단수 히딩크 감독으로서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심판의 판정이 홈 팀에 유리할 게 없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시키고 싶었는지 모른다.
히딩크 감독은 전반 22분 황선홍이 독일의 라멜로우에게 반칙을 한 것으로 주심이 판정하자 어이가 없다며 대기심에게 달려갔다. 히딩크 감독은 이어 국제축구연맹(FIFA) 감독관을 따로 불러 문제를 제기하는 등 주심 판정에 줄곧 불만을 표시했다. 부심의 판정 하나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히딩크 감독은 대기심에게 ‘악명’이 높다. 이날도 마찬가지. 전반 중반 히딩크 감독이 그라운드로 달려나갈 듯한 기세로 계속 사인을 내자 대기심이 이내 주의를 주었다. 자리로 돌아가는 대기심의 뒤통수에는 히딩크 감독의 조롱 섞인 말과 손짓이 퍼부어졌다.
히딩크 감독은 전반 중반 이후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핌 베어벡 코치와 나란히 서 그라운드를 가리키며 작전을 숙의하기도 했다. 강심장 히딩크 감독이었지만 후반 29분께 실점 뒤에는 초조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한동안 한 자리에서 꼿꼿이 선채로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후 팔짱을 끼고 그라운드를 나온 히딩크 감독은 독일 펠러 감독을 찾아가 축하의 말을 건냈다.
또 한국에게 불리한 판정을 내린 심판들에게도 수고했다며 악수를 청했다. 물론 후회 없이 싸운 선수들을 위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월드컵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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