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대로라면 2006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포함된 조가 죽음의 조가 될 것이다.” 몇몇 외신기자들은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신화를 이뤄낸 한국축구의 달라진 위상에 대해 4년 뒤를 내다보며 이렇게 이야기했다.유럽 2개, 남미 1개 팀과 함께 아시아를 대표하는 한국이 가세하는 조가 이번 대회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스웨덴, 나이지리아가 속한 지옥의 F조를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월드컵사(史)는 우승후보 0순위 프랑스의 탈락과 함께 한국의 돌풍을 이번 대회의 가장 큰 뉴스로 기록할 것 같다. 역대 대회에서 돌풍은 1라운드에서 발생해 2라운드 초반에 소멸했던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이변행진은 4강까지 이어졌다.
한국축구가 축구사의 새 장을 연 것이다. 대한축구협회 송기룡 차장은 “아프리카의 카메룬, 나이지리아가 전세계인의 머리 속에 축구강국으로 기억되는 것처럼 한국도 이번 대회를 통해 두려움의 대상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선전은 우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의 수직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은 세계랭킹 40위. 대한축구협회는 한국이 포르투갈(5위) 이탈리아(6위) 스페인(8위)을 잇따라 격파하며 월드컵 4강까지 진출한 만큼 랭킹이 최소 20위권으로 뛰어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월드컵은 세계랭킹 산정에 가장 큰 배점을 차지한다.
선수들의 이적을 중개하는 에이전트사에서도 달라진 한국축구의 위상이 감지된다. 세계적인 스포츠에이전트사인 KAM은 “한국 주전급 선수의 60% 정도가 유럽리그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한국의 선전으로 국내 에이전트들의 몸값도 덩달아 올라갔다. 김스포츠인터네셔널의 김정호 대표는 “예전에 유럽 파트너에게 사정을 하다시피 해 선수정보를 제공하곤 했는데 이제는 상황이 역전이 됐다”며 “25년 에이전트 생활 중 이렇게 일하기가 편한 적이 없었다”고 반가워 했다.
한국축구 4강 진출의 효과는 다방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월드컵조직위원회 최범석 마케팅 전문위원은 “FIFA 내 한국축구 팬들이 엄청나게 늘어났다”며 “변방의 한국축구가 세계 중심에 한발 다가섰다는 느낌을 현장에서 강하게 받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국제라디오 진타이건(金泰根) 특파원은 “연예계에만 한정됐던 중국 내 한류(韓流) 열풍이 한국축구로도 번지고 있다”며 “안재욱만 알던 중국인들이 이제 안정환도 알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월드컵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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