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월드컵의 한국 돌풍을 내 일처럼 반긴 나라가 있다. 바로 거스 히딩크 감독의 고향 네덜란드다.25일 한국-독일의 4강전을 지켜 본 네덜란드인은 1,600만 인구 중 300만 이상으로 추산됐다. 이번 대회 경기 동안 네덜란드에서 가장 높은 월드컵 시청률이다. 앞서 네덜란드 사람들은 22일 한국-스페인 경기를 270만 명이, 18일 한국-이탈리아전을 130만 명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히딩크 감독의 진두 지휘로 한국이 월드컵에서 급부상하자 네덜란드에서는 한국 축구 열풍이 불고 있다.
독일 일간 타게스 슈피겔은 24일 일찌감치 유럽 지역 예선에서 탈락해 이번 월드컵을 ‘남의 잔치’로 여기던 네덜란드인들이 한국 팀의 선전 때문에 ‘우리도 월드컵 축제에서 소외되지 않았다’는 보상 심리를 톡톡히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네덜란드 사람들은 한국이 자신들의 숙적인 유럽 강호를 잇따라 격파한 데 흥분했다. 개막 초기부터 월드컵 중계 방송의 광고를 채우는 데 급급했던 네덜란드 방송사들도 한국 팀에 대한 국민의 관심으로 걱정을 일순간 날려버렸다.
네덜란드 최대 일간지 디 텔레그래프는 ‘다 함께 노력해서 한국의 승리를 기원하자’는 기사를 실을 정도였다.
하지만 한국과 함께 한 승리의 기쁨이 컸던 만큼 이날 한국이 석패한 뒤 아쉬움 역시 적지 않았다. 특히 네덜란드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점령당한 역사의 구원(舊怨)이 있던 터라 안타까움이 더했다.
히딩크 감독의 고향인 네덜란드 동부 독일 접경지역 시골 마을 파르세펠츠의 주민들은 현지 시간으로 한낮에 벌어진 한국-독일전을 지켜보기 위해 곳곳의 펍(선술집)에 모였다.
한국의 16강 승전보가 전해진 직후부터 ‘우리는 히딩크를 사랑한다’는 한글 표어와 태극기를 외벽에 내건 펍 ‘피에르체’(작은 깃털)에 모인 주민들은 한국이 독일을 꺾기를 진심으로 바랬다며 아쉬워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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