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을 바라보는 여의도의 눈빛은 씁쓸했다. 월드컵 축제 열기에 한반도 전체가 붉은색(상승)으로 물들어 있건만 유독 주식 시세판만 온통 파란색(하락)으로 도배된 것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은 웃지도, 그렇다고 울지도 못하는 묘한 상황이다. “불과 4개월만에 우리나라 축구와 주가의 성적이 완전히 뒤바뀌고 말았다”는 게 증권맨들의 고백이다.동원증권 강성모 애널리스트는 이날 ‘월드컵 감상법’이라는 독특한 보고서를 통해 “우리사회에서 집단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분야 중 가장 잘 나가는 것은 주식이고 반대로 가장 실망스런 것은 축구라고 지난 2월 기고를 했었는데, 지금 우리 축구팀은 월드컵 우승을 넘보고 있는 반면 주가는 당시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주저 앉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월드컵에 나타난 축구의 흐름을 시장에 투영해 보면 우리 주식시장도 월드컵 4강에 못지 않다”며 “아직도 미국 주식시장은 비싸고 우리는 싸기 때문에 세계경기가 이중침체로 증시의 판만 깨지 않는다면 아시아권의 강세와 한국의 상대적인 강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강 애널리스트는 “우리 주식시장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올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것은, 한국 축구팀처럼 독보적인 투자메리트로 인해 양호한 성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 증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종속구조에서 탈피해야 하고 저평가된 우리 선수들의 몸값처럼 국내 주식시장도 제대로 평가받아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심판의 오심시비도 문화 및 제도적 차이 때문이고, 현재 국제 금융시장에서 경험하고 있는 빅리그 주식시장(미국 월가)의 추악한 관행과 비슷한 상황”이라면서 “글로벌 스탠더드가 무엇인가 의심케 하는 미국의 왜곡된 회계관행은 수년간 자행돼온 비밀 아닌 비밀이었다"고 지적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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