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독일이 요코하마행 티켓을 따기 위해 혈전을 치른 25일 한국의 승리를 기원한 응원단은 한국민과 붉은 악마들뿐이 아니었다.공동 개최국인 일본 국민들도 한국의 결승 진출을 간절히 바라며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한국이 독일에게 분패하자 일본인들은 끝까지 열심히 싸운 한국팀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경기가 독일의 승리로 끝나자 마치 일본팀이 진 것처럼 아쉬워하면서 “한국인들이 용기와 꿈을 줘서 고맙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도쿄 국립경기장에는 비가 오는데도 4,000여 명의 한일 공동응원단이 처음으로 함께 모여 대형스크린으로 경기를 관전하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조총련계 동포들도 대거 참여해 한국의 선전과 한국의 분패에 눈물을 흘렸다. 공동 응원에는 민단과 재일한국기업연합회, 재일한국유학생회 등이 참가해 모처럼 동포사회가 똘똘 뭉쳤다.
한일 공동응원을 제안한 일본의 초당파 의원 모임 ‘2002년 월드컵 추진 의원연맹(회장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의 관계자는 “너무나 아쉬운 경기였다”며 “한일 공동응원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월드컵 공동개최와 믿을 수 없는 한국의 약진은 양국 간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일본 내 전국 한국 민단 사무실에서도 한일 양국 서포터들이 모여 한국에 뜨거운 성원을 보냈다. 도쿄 주일 한국대사관 2층 회의실에서는 대사관 직원과 가족, 미야자키 히데키(宮崎秀樹) 의원 등 13명의 일본 국회의원 등이 모여 한국을 응원했다.
이들은 한국이 비록 마지막 문턱에서 넘어졌지만 3, 4위전에서도 훌륭한 경기를 보여줘 아시아 축구사에 아름다운 기록을 남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쿄와 오사카 등 일본 각 도시의 거리에는 붉은 악마 셔츠와 호랑이 문양의 한국대표팀 엠블렘을 부착한 셔츠를 입은 일본 젊은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회사원 권일연(29ㆍ여ㆍ도쿄)씨는 “일본 친구들이 붉은 악마 셔츠를 간절히 원해 서울 어머니에게 부탁, 몇 장을 구해 나누어주었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만난 양국 서포터들은 한결같이 “한국이 아시아의 자존심을 걸고 4강까지 올라온 것만으로도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니혼(日本) TV는 “끝까지 계속 공격한 한국팀의 경기는 정말 감동적이다. 한국이 세계에 준 감동과 아시아에 준 자극은 정말 크다”며 “한국과 일본은 그동안 아시아에서 싸웠지만 앞으로 세계 무대를 향해 함께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