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호는 2000년1월 출범했다. 1년6개월간 맹장 히딩크는 무수한 말을 거침없이 토해 냈다. 되돌아보면 그는 일관되게 경기를 지배하는 공격축구를 주창했고 팀워크를 중시했다.히딩크는 “2002 한일월드컵서 네덜란드와 다시 맞붙으면 이기고 싶다”는 취임일성으로 한국 호를 맡았다.
히딩크는 지난해 1월18일 홍콩 칼스버그컵 전지훈련에서 눈에 띄는 선수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선수에 대한 칭찬은 할 수 있지만 평가는 오직 내부용일뿐이다.” 팀워크를 중시하는 그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칼스버그컵 노르웨이와의 1차전에서 2_3으로 역전패한 뒤 “한점 앞선 상황에서 선수들은 두려워하고 긴장하면서 수비에 치중했다. 경기에 이기려면 더욱 과감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공격축구는 이때부터 예고돼 있었다. 그는 또 두바이 대회에서 덴마크에 0-2로 패한 뒤 “히딩크 축구는 조화롭게 경기흐름을 주도하는 공격축구”라고 못을 박았다.
그는 지난해 4월에 열린 이집트대회에서 이란을 1-0으로 꺾은 뒤 “후반 경기를 지배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면서 “세계수준으로 가려면 체력이 강한 유럽축구식 시스템이 돼야 한다”고 여물지 않은 히딩크축구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 대회서 첫 우승을 이룬 뒤에도 “스피드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템포를 조절하는 요령을 익혀야 한다”면서 “선수들의 경험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5월 컨페드컵을 앞두고 “프랑스 같은 강팀을 만나는 것은 월드컵을 위해 좋은 경험”이라던 히딩크는 0-5로 대패한 뒤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이라 말하지 않았는가”라고 기자들에게 되물었다. 그는 “한국선수들의 투쟁심이 부족하다”고 평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로부터 1년 뒤 월드컵을 앞두고 잉글랜드 등 세계최강과의 잇딴 평가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 대해 “패배는 오히려 자극제가 된다”고 평가했다. 그의 말대로 강호와의 대결은 월드컵에서 자신감으로 나타났다. 지금의 대위업도 그의 모험과 도전정신에 큰 빚을 지고 있다.
정진황 기자
■ "세계 놀라게 하겠다" 히딩크약속 초과 달성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겠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거스 히딩크 감독은 이렇게 자신감을 표현했다.
사실 그는 지난 해 컨페드레이션스컵을 앞두고도 이런 표현을 썼으며 그 이전에도 여러 차례 코치들에게 이 말을 되새겼다.
물론 컨페드컵 때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는 멕시코 호주를 연파했지만 1차전인 프랑스에 0-5로 대패하며 예선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그러나 월드컵에서 그는 약속 이상을 지켰다. 월드컵에서 그의 기대는 미루어 짐작컨대 8강정도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포르투갈을 꺾고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우리는 아직 (승리에) 굶주려 있다”며 강호 이탈리아에 대한 강한 승부욕을 드러냈다.
스페인을 상대로 한 8강전에서 “상대를 잘 알고 있다”고 한 것과 달리 독일과의 4강전에서는 “잃을 게 없다”고 했다. 승부에 대한 모든 부담을 떨쳤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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