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행 비행기 티켓을 잡기 위한 한국과 독일의 일전이 펼쳐진 상암월드컵 경기장 안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부터 심장 박동은 ‘대~한민국’ 구호에 맞춰 오박자로 뛰기 시작했다. 이 오박자의 맥박은 경기 내내 우리 선수들의 움직임에 따라 포르테로 뛰기도 하고 모데라토로 뛰기도 했다.저마다 붉은 옷을 입고 얼굴에는 그 보다 더 환한 웃음을 물고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의 모습은 경기 내내 승부는 초월한 듯 보였다.
목표를 이미 초과 달성한 자의 여유이리라. 후반 30분 통한의 결승골을 내준 후에도 그 뜨거운 응원 열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오히려 이탈리아전의 역전 드라마를 되새기며 사람들의 외쳐대는 응원가는 더욱 우렁차 갔다.
경기장 안은 외부의 질서에서 완전히 해방된 ‘카니발의 공간’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붉은 악마들이 내뿜는 뜨거운 열기에 감염돼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쳐댔다.
붉은 티셔츠에 태극기 치마를 입고, 얼굴에는 큼지막하게 태극 문양을 그려 넣은 옆에 앉은 여학생은 내 동작이 어색해 보였던지 “아저씨 처음이죠? 저 따라 해보세요”하면서 호흡을 맞춰 준다.
이 순간 만큼은 성별도 나이도 빈부도 학벌도 출신지역도 상관없이 모두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인’일 뿐이었다.
후반 45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잠깐 아쉬움의 탄성이 흘러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알지도 못하는 옆사람을 위로하고 “대~한민국” 오박자 리듬을 살리며 또 다른 축제의 밤을 즐길 준비를 해나갔다.
“우리의 종착지가 요코하마면 어떻고 대구(3ㆍ4위전)면 어떻습니까? 온 국민이 이렇게 하나 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게 중요한 것이지.” 안타까움에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옆 자리의 여학생의 등을 두드리며 50대의 중년 남자가 이렇게 말했다.
김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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