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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젠 발렌타인기자-내가 본 히딩크 / (下)"목표향해 치밀 준비…일찌감치 체력전 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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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젠 발렌타인기자-내가 본 히딩크 / (下)"목표향해 치밀 준비…일찌감치 체력전 간파"

입력
2002.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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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감독은 선수 감독 기자 해설가 등 주위 모든 사람들의 시점에서 경기를 분석하고 다양한 견해를 수용, 새로운 전술을 개발하는 데 활용한다. 그래서 히딩크가 한국대표팀을 맡기로 결정한 직후 그는 팀 관계자들의 선발에 최대한 신경을 썼다.그는 기존의 한국축구를 탈피하기 위해 외국인들을 주축으로 팀을 운영하고 싶어했지만 그럴 경우 팀 내 분란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었다. 또한 팀 문화와 정체성을 위해서 히딩크 감독은 한국인들을 많이 기용하기로 결정했다.

코치진 등이 결정된 후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을 앞두고 강팀과의 경기에서 한국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방안, 필요로 하는 선수의 유형 등 구체적 기술적인 부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명장 다운 판단력으로 히딩크 감독은 상대 들의 약점들을 발견해 냈다.

예컨대 각국 리그를 마친 직후 한국의 고온다습한 기후에 대비할 여유는 커녕 피로도 제대로 풀지 못한 외국선수들의 체력 문제를 주목했다. 히딩크 감독은 상대팀보다 10% 더 뛰어난 체력을 갖추면 10% 더 훌륭한 경기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한국 선수들을 위해서 잉글랜드 프랑스 등 세계 최강팀들과의 평가전도 가졌다. 이러한 히딩크 감독의 계획은 한국축구의 놀라운 실력 향상으로 나타났다. 강팀과의 대결에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오히려 자신감이 넘쳐났다.

히딩크 감독은 팀 전력을 공개하는 것이 실력향상을 더 빠르게 한다고 판단했다. 기술면에서는 네덜란드 스타일을 택했다. 공격면에서는 위협적인 파괴력을 갖추게 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다. 결국 한국팀은 프랑스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뛰어난 기술과 경험을 갖춘 강팀들 조차 두려워할 만한 수준의 공격력으로 무장했다.

월드컵서 한국팀의 돌풍은 우연히 혹은 나쁜 심판에 의해 부정한 방법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지네딘 지단이 한국과의 평가전서 부상, 프랑스호의 침몰을 가져온 것도 한국축구의 가공할 만한 실력 향상 때문이다.

지단은 쉽게 한국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평가전에 임했다. 하지만 막상 한국선수들의 놀라운 투지와 파괴력에 부딪혀 흥분한 지단이 무리하게 무언가를 보여주려 하다가 결국 허벅지 부상을 당한 것이다. 결국 히딩크 감독과 한국 대표팀이 프랑스의 몰락에 일조했다고 할 수 있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팀과 계약했을 때 네덜란드 기자들은 그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단지 그가 돈 때문에 한국에 간다고 생각했다. 98월드컵서 한국이 네덜란드에 0대5로 완패했던 사실만 떠올렸기 때문이다.

감독 부임 직후 한 네덜란드 기자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히딩크 감독은 갈 길은 멀지만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의 든든한 지원 등으로 점점 성공의 확신을 느낀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몽준 회장이 히딩크 감독이 요구하는 거의 모든 것을 들어 준다고 했다.

히딩크 감독은 목표를 향한 준비 과정과 한국팀이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지만 비평가들은 순간순간의 결과로만 히딩크 감독을 평가했다. 히딩크 감독은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계획 대로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해 나갔다. 한국이 그만큼 히딩크 감독을 믿어줬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에서는 아마 히딩크 감독이 이 만큼 뜻을 펼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2002 한일월드컵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팀과 히딩크 감독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한국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의 온 국민도 한국팀을 열광적으로 응원한다.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 대표팀을 맡을 때 보다 훨씬 더 큰 명성과 존경을 얻었다.

최고 스타 선수들로 구성된 네덜란드 대표팀이 98 프랑스 월드컵 4강에 진출했을 때 사람들은 시큰둥했다. 우승 트로피를 안아야 겨우 성공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거의 무명인 한국선수들을 이끌고 8강까지 올라온 것은 정말로 엄청난 성적이라는 평가다. 네덜란드의 4강 진출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결과다.

그러나 8강으로 만족하는 것은 한국팀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한국팀은 훨씬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 전통적으로 한국 축구의 강점으로 꼽혀 온 스피드와 투지 외에도 선수들은 훨씬 더 많은 장점을 갖추게 됐다. 박지성 선수는 여러 능력을 골고루 겸비한 좋은 예다. 그는 유럽리그 등 그가 원하는 모든 팀에서 최고의 선수가 될 충분한 자질이 있다.

네덜란드에서 히딩크 감독은 자신을 애써 드러내거나 과시하려 하지 않음으로써 인기를 얻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원하는 것과 아는 것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그의 스타일이다. 이런 점에서 그는 높이 살 만 하다.

히딩크 감독이 떠난 한국팀은 많은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아인트호벤으로 돌아올 것이 확실하다. 아인트호벤과 히딩크 감독이 서로를 원하고 있으며 해리 반 라이지 구단주가 그의 절친한 친구이기 때문이다. 또한 히딩크 감독은 한국에서 애초 설정했던 목표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이뤄냈다.

아시아게임에서 그는 또다시 역량을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심판들의 부정 등 의외의 요소가 개입해 일본에 패할 경우 결국 월드컵에서의 성과는 물거품이 돼버릴 우려가 있다. 히딩크 감독이 이미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인 점을 감안하면 2006 독일월드컵 까지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아인트호벤과의 계약은 아마 2년 정도면 끝나겠지만 다음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팀을 지휘할 것이다. 그가 월드컵 무대서 조국의 팀과 한 번 더 일해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명장을 잃은 한국팀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히딩크 감독이 노트 혹은 컴퓨터에 적어 놓은 모든 전술 전략을 베껴서라도 앞으로의 대표팀 운영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축구협회는 히딩크 감독이 이룩한 높은 성과를 바탕으로 선수들의 병역 의무를 축소해야 한다. 군대가 선수들의 역량과 발전 가능성을 꺾는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그리고 한국 선수들은 일본보다는 유럽으로 진출하는 것이 낫다.

유럽 리그에서 세계 최고 선수들을 만나고 수준 높은 플레이를 기대하는 관중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자연히 실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한국 K리그에서 처럼 4대0으로 져도 경기 내용이 좋았다며 칭찬만 하는 관중은 선수들에게 별 도움이 안된다. 야유를 보내고 때때로 썩은 과일을 던지는 관중과 작은 패스 실수에 대해 가혹한 비난을 보내는 언론이 선수에게는 좋은 약이 된다.

따라서 한국 선수들은 유럽 리그에 가야 한다. 차두리가 아버지처럼 유럽에서 돌풍을 일으키려면 지금 즉시 유럽으로 진출해야 한다. 몇 년 뒤는 너무 늦다. 그 몇 년 동안 유럽에서 제대로 된 훈련을 받으면 차두리는 한국의 최고 선수들은 물론 세계 어느 선수보다도 위협적인 선수로 성장할 것이다.

세계로 진출한 선수들은 분명히 발전한다. 최고 선수들끼리 모여 서로의 장점을 배우는 것은 물론 국가대표팀에서도 더욱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오랜 외국 생활 끝에 고향으로 돌아간 선수들은 자국민에게 망아지 보다는 잘 조련된 경주마 같은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국은 축구계의 진정한 강자로 거듭날 것이다. 다음 월드컵서 한국이 16강에 진출하더라도 아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이미 최고가 되기 위한 정신적 육체적 조건을 모두 갖춘 한국의 선전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에서 이끌어낸 성과가 증명하듯이 감독의 역량도 중요하다. 감독 및 코치진은 해외 경기와 클럽을 직접 방문하고 유럽 남미 등의 감독 훈련 코스를 거치면서 아시아를 뛰어 넘는 넓은 시야를 갖춰야 한다. 물론 선수들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으려면 한번 더 외국 감독을 기용하는 것이 적절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대표팀이 성장할수록 한국 대표팀을 이끌어갈 만한 훌륭한 감독이 나타날 것이고 전세계에서 그들에게 러브콜을 보내올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감독 코치 기용 때 그 숫자나 나이가 아니라 실력이 우선 조건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12년 안에 홍명보 유상철 황선홍 등의 선수가 한국 대표팀의 감독으로서 세계 축구팬들의 존경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미 선수로서 게임을 읽는 능력을 갖췄으며 히딩크 감독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성공한 감독에게 필요한 자질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물론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 운영에서 한국의 전통적인 혈연 학연 등의 요소를 전면 배제하면서 감독과 마찰을 빚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히딩크 감독의 성공을 통해 그가 옳았으며 과거 한국 감독들보다 뛰어났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홍명보 등에게 필요한 것은 선수로서 혹은 이후 감독으로서 해외로 나가 시야를 넓히는 것 뿐이다.

히딩크 감독은 현재의 한국 선수들을 훈련시킬 뿐만 아니라 미래의 감독까지 길러내고 있는 셈이다. 2014년 월드컵에서는 홍명보 감독의 지휘 아래 월드스타가 돼 있을 박지성 차두리와 함께 유럽 명문 클럽 소속의 재능있는 젊은 한국 선수들이 대표팀을 이끌 것이다. 선수들은 그 때로부터 12년 전 거스 히딩크 감독과 그의 업적을 바탕으로 한 한국 축구의 발전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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