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세금을 내면서도 애써 모은 재산을 자식들에게 온전히 물려주려면 금융상품을 이용해라.’합법적으로 세금을 줄이면서 상속이나 증여 규모를 늘리는 수단으로 금융상품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절세를 하면서도, 잘만 고르면 원금에다 ‘플러스 알파’까지 물려줄 수 있고, 증여가액이 일정 한도 이하면 세금을 안낼 수도 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절세형 금융상품으로 타익(他益)신탁과 종신보험을 꼽는다.
■ 타익신탁 제도 활용법
타익신탁이란 신탁 가입자와 신탁에서 발생하는 자본이득을 받는 수익자를 달리하는 제도. 아버지가 신탁상품에 가입해 원금을 납입하고, 아들이 나중에 원금이나 이자를 받는 식이다. 비과세 신탁상품외 대부분 신탁상품에서 이 같은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최근 국세청에서 타익신탁 수익자 3,000여명에 대해 증여세 추징에 나섰지만, 이들은 기한내에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아 문제가 된 경우다. 증여세를 다 내더라도 타익신탁은 절세효과가 크다.
예를 들어 A씨가 2002년 1월1일 2년 만기 신탁상품에 3억원을 가입하면서 이자 수익자를 아들인 B씨(25세)로 했을 경우 우선 A씨는 금융소득이 줄어들어 소득세를 절감할 수 있다.
연 이율을 10%, A씨의 소득세율을 36%로 가정하면 그는 2002년 1,080만원(3,000만원의 36%), 2003년 1,080만원 등 모두 2,160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
한편 B씨는 증여세와 이자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B씨가 받는 증여가액은 2년동안 4,868만원. 실제로는 6,000만원을 받지만 신탁이익의 경우 첫 이자를 받은 시점에 증여가 이뤄진 것으로 간주되고, 이후 받을 이자는 10% 할인돼 적용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공제(성년의 경우 3,000만원까지, 미성년은 1,5000만원까지 증여세 면제) 3,000만원을 빼면 B씨의 증여세 과표는 1,868만원이 되고, 이 금액의 10%인 186만원을 세금으로 내면된다.
B씨는 또 2년간 6,000만원의 이자소득이 발생함에 따라 이자소득세 총 900만원(주민세 제외 15%)을 내야한다.
결국 B씨의 세금합계는 1,086만원으로 아버지 A씨의 세금 절감액(2,160만원)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신탁금액과 부모에게 적용되는 소득세율 등에 따라 부모의 세금절감 효과보다 자식의 세부담이 더 클 수도 있기 때문에 잘 따져서 가입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 종신보험 활용법
종신보험은 조건이 까다로운 일반 생명보험과 달리 사망원인과 상관없이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보험금이 지급된다.
통상 부모가 계약자(보험료 납부자)이면서 피보험자(보험계약의 대상)가 되고, 자식이 수익자(보험금 수령인)가 되면 보험금은 상속재산에 포함돼 세금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 계약ㆍ수익자를 자식으로, 피보험자를 부모로 해놓으면 보험금에 대해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는 부모가 보험료를 일부 납부해도 계약상 자식이 내는 것으로 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씨(50세)가 자식 명의로 만기가 20년인 9억원짜리 종신보험에 가입할 경우 70세까지 매월 약 260여만원, 총 6억3,000여만원을 보험료로 납부해야 한다.
A씨가 70세 넘어 사망한다면 사실상의 자기재산(납입보험료) 6억3,000만원을 포함, 총 9억원을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목적의 종신보험 가입 사례가 늘면서 국세청이 보험금액이 클 경우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만일 자식이 보험료를 납부할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라는 사실이 명백해지면, 보험료 납부액에 대한 증여세가 부과된다. 때문에 이 경우 자식이 보험료를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의 보험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대출ㆍ예금 상품 이용한 절세요령
세법상 상속인(부모)의 채무는 상속재산에서 전액 공제가 된다. 때문에 미리 부모 명의로 대출을 받아 두는 것도 절세의 한 방법이다.
단 사망일 이전 1년(2년) 이내에 2억원(5억원) 이상 금융기관 빚은 어느 곳에 사용했는지 증명해야 하고, 그 이하면 자동으로 공제된다.
예를 들어 상속재산이 20억원인 A씨가 지병으로 1년을 넘기기가 힘들 경우 자신의 명의로 1억9,000만원을 대출 받으면 이 금액만큼 상속재산에서 공제가 돼 과표가 18억1,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증여세 면제범위(성인 3,000만원, 미성년 1,500만원) 한도내에서 자녀 명의로 예금을 들어두는 것도 상속세 절세의 한 방법이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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