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고비에서 가까스로 살아 남았는데 욕심은 부려 무엇 하겠습니까.”4급 상이용사가 사찰 주지로 변신, 33년간 갈 곳 없는 노인의 손발이 되어주고 부모 없는 고아들을 길러내고 있다.
전북 정읍시 상평동에 있는 용화사 주지 정기준(鄭基俊ㆍ70) 스님은 한국전쟁 당시 중서부전선 고지전투에서 포탄을 들고 몸을 던졌던 상이용사.
당시 허리를 크게 다쳤던 그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69년 용화사를 세워 무의탁 노인과 고아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54년 내장사에 입적, 15년간 수행을 거쳤던 그는 “수행을 통해 전쟁의 아픔을 잊었고, 자비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가 정읍 시내에서 데려 온 10명의 집 없는 아이들은 30여년의 세월 동안 중ㆍ고등학교를 마치고 장성해 스스로 생활터전을 마련했다.
스님은 현재 고아 3명과 함께 살고 있지만 용화사에서 함께 지내다 이제는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중년의 용화사 아이들’이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있다.
정 스님이 돌보았던 9명의 노인은 그 동안 모두 세상을 떠났으나 그들을 위해 스님은 경내에 추모비까지 세웠다.
아직도 불자들의 보시(布施)를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아낌없이 나눠주고 있는 정 스님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음지에서 고통받는 중생에 안식처를 제공하는 일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읍=최수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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