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홍업(金弘業)씨의 국가기관 청탁의혹 수사와 관련, 검찰관련 사건의 처리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검찰은 24일 홍업씨의 청탁사건을 처리한 다른 기관 실무자 2,3명을 소환하는 등 본격수사에 돌입했지만 검찰부분에 대해서는 “조사는 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만을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방법이나 시기를 두고 계속 고민하고 있다”며 “홍업씨의 구속기한까지는 어떻게든 결론을 낼 테니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홍업씨의 측근 김성환(金盛煥)씨가 지난달 4일 구속된 이후 검찰관련 청탁사실을 상당부분 진술한 것에 비춰 수사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는 점에서 제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김성환씨는 2000년 12월 1,000억원대 무역금융사기 사건으로 검찰조사를 앞둔 전 새한그룹 부회장 이재관(李在寬)씨로부터 불구속청탁과 함께 2억5,000만원을 받았다.
김씨는 이후 홍업씨로부터 선처여부를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고 홍업씨와 평소 식사 등 친분관계를 유지해온 당시 대검 고위간부에게 선처가능성을 타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또 지난해 울산지검 특수부의 평창종합건설 내사와 관련해서도 대검 간부에게 청탁전화를 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같은해 5월 내사사건이 무혐의 종결되자 석 달 뒤 평창측으로부터 1억원의 어음을 받았다.
김씨는 이에 앞서 98년7월 수원지검 특수부의 M주택 박모사장 구속사건과 관련, 박사장측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고 직접 담당부장검사를 찾아가 청탁을 했다.
김씨는 이 자리에서 자신을 “홍업씨의 친구”라고 소개한 뒤 선처부탁을 했다. 이에 담당부장 검사는 “함부로 얘기하지 말라”고 야단을 쳤다고 밝혔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씨가 자신의 범죄사실이 드러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검찰간부를 상대로 선처를 부탁했다는 것은 상식을 뛰어넘는 행동으로 보고 있다.
이는 결국 김씨가 홍업씨라는 배경을 믿었기에 국가사정의 중추기관인 검찰을 제집 드나들 듯 할 수 있었다는 추론으로 이어진다.
특히 수원지검의 경우, 당시 김씨에 대해 뒷조사를 했다면 김씨를 알선수재 혐의로 사법처리해 후속 범죄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김씨의 검찰로비 외에 이수동(李守東) 전 아태재단 이사에게 지난해 대검의 수사상황을 말해준 김대웅(金大雄) 광주고검장에 대한 처리도 마냥 늦어지고 있다.
검찰은 수사착수 직후인 4월9일 이례적으로 이 전 이사의 진술을 공개하며 수사의지를 밝힌 뒤 한차례의 소환조사만 벌였을 뿐 사법처리는 물론 추가조사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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