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국 도착으로 일단락된 탈북자들의 주중 한국 대사관 진입 사건은 한중 양국의 탈북자 정책에서 결코 소홀히 다룰 수 없는 한 페이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한중 양국이 주중 탈북자 처리를 놓고 처음 직접적인 협상을 벌였고, 협상에 따라 탈북자들의 희망대로 한국행이 성사됐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먼저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라는 국제 여론에 맞서 이들을 ‘불법월경자’로 간주하면서 한국정부와 이 문제를 협의하지 않겠다던 중국의 기존 방침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상당부분 훼손됐다.
중국은 탈북자를 받아줄 유일한 당사국인 한국을 상대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수용, 협상에 나섰다.
이번에 쏟아진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중국 비난 여론은 중국측에게 한국과의 ‘조용한 해결’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확신을 갖도록 했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측은 향후 유사사건에서도 인도주의적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볼 수 있다.
또 중국이 주중 제3국 공관내 탈북자와 한국공관 진입 탈북자들을 동등하게 처리해 한국행을 허용함으로써 주중 탈북자들과 한국과의 심리적 거리는 상당히 좁혀졌다는 것도 지적돼야 할 것 같다.
중국 현지 관측통들은 이번 사건이 가져올 중국의 탈북자 정책 변화에 주목한다. 한 관측통은 “사건 종결 후 중국은 외국공관 경비강화 등의 대증요법을 쓸 것”이라며 “동시에 중국은 탈북자들의 외국공관 진입을 막는 중장기 대책에도 눈길을 돌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탈북자들이 외국공관 진입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환경조성이 기대된다는 얘기다.
동북3성 지역 등지를 무대로 활동중인 비정부단체(NGO)의 탈북자 관련 활동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가 느슨해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NGO의 비공식 루트가 중국측에게 훨씬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 정부에게는 ‘조용한 외교’를 극복하고, 탈북자 문제를 중국 당국과 제도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추가적인 과제가 주어졌다.
한 당국자는 “향후 유사사건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해결되는지를 살펴보면 이번 합의의 의미가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며 이번 협상에서 마련된 탈북자 처리 ‘공식’에 자신감을 피력했다.
하지만 이러한 해결은 탈북자의 난민인정, 중국내 탈북자 정착시설 마련 등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에 크게 못미치는 것이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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