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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영박사에게 상담하세요] 아버지, 친구분 죽음에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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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영박사에게 상담하세요] 아버지, 친구분 죽음에 충격

입력
2002.06.25 00:00
0 0

Q.최근 아버님이 친구분 장례식에 다녀오신 뒤 상당히 충격을 받으신 것 같습니다. 평소 느끼지 못했던 죽음을 실감하신 데다 가장 친했던 친구분이시라 허전한 마음이 더 하신 모양입니다.식사도 제대로 못하시고 바깥출입도 뜸해졌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원기를 회복하시려니 생각하지만 자식된 도리로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서울 양천구 목동 김모씨)

억지 위로보다 애도 표시를

A.인간이 죽음의 개념을 알게 되는 나이가 10세 전후 입니다. 죽음이란 당사자가 절대로 원하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리 된다는 것, 그리고 한 번 죽은 사람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그 개념을 안다는 뜻입니다.

예컨대 어머니를 여읜 경우, 5세 이하의 아이는 죽은 어머니가 못된 짓을 한 자기를 벌 주려고 숨박꼭질 하듯이 잠시 숨어 있다 다시 나오는 줄 압니다. 9세 이하라면 저승사자에게 억지로 잡혀 간 어머니가 나를 위해서도 조만간 탈출해 나오려니 기대하다가 실망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평소에 죽음을 의식해서는 불안해서 살 수 없고, 의욕이 떨어져 개인발전도 없으며, 인류전체로도 발전이 없습니다. 노인이 되면 죽을 마음준비가 되어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닙니다. 70대는 물론 아니고, 80대가 되어도 큰 병만 없다면 마찬가지입니다.

물어보면 “아직은 … ”이라고들 합니다. 노인이 되면 더 이기적이 되고 희노애락의 감정이 무뎌집니다. 절친한 친구의 죽음은 노인에게 슬픔과 함께 자기도 죽는다는 불안을 잠시 일깨워주다가 곧 사라지는 반면 “자네가 갔으니 내가 이겼어!"라는 동물적 승리감은 꽤 오래 갑니다.

댁의 아버님도 예외가 아니실 것입니다. ‘자식된 도리’라니 무슨 말입니까? 그렇다면 댁은 영구히 사실 것 같습니까? 공연한 억지 위로는 해드리지 마십시오. 오히려 애도를 하실수록 아버님은 원기가 빨리 회복되실 것입니다.

설령 애통해 하시다가 돌아가신다 해도 우정의 귀감으로서 이 얼마나 훌륭한 일 입니까! 비슷한 예가 90노모에게 자식의 죽음을 숨기려 하는 경우 입니다.

아시고 슬퍼서 돌아가신다면 그 모정에 모두가 눈물을 흘리지만, 몰라 웃고 사실 때는 가족에게 장난감 취급을 당하시는 꼴입니다. 얼마 간의 노후 수명 연장보다는 인간 존엄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서울대 의대 정신과 교수

dooyoung@plaz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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